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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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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호] 승인 2015.10.16  18: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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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일 때는 세상의 며느리자리만 보이더니
시어머니가 되니 세상의 시어머니자리만 보인다
며느리일 때는 며느리의 눈물만 보이더니
시어머니가 되니 시어머니의 눈물만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낀 세대인 나는
시어머니자리 며느리자리 두 자리 다 차지하고 있으니
고맙게도 눈물도 두 배다

분명 살아오면서 웃음과 미소가 더 많았을 텐데
눈물은 뒤끝이 너무 길다
웃음은 하늘로 향하고 눈물은 땅으로 방향을 잡는다
웃음은 망각의 허공으로 분해되어 스러진다
눈물은 가슴언저리에서 한으로 묻힌다
다큐멘터리가 되어
꺼내어 읽을 때마다 한 구절씩 변형을 일으킨다
점점 단단하게 내 입장에서 다시 쓰인다
어느덧 상대방자리는 천하의 갑이 되고
내 자리는 천하의 을이 되어
자리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된다
갑과 을은 견고한 성이 되어 상대방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다

한을 녹일 수 있는 것은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적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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