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 시인/화가

호주에서 일주일의 시작은 목요일이다. 이유는 주급을 받는 날이 목요일이기 때문이며 이날만은 칼퇴근에 야채, 고기, 쌀 등 생필품을 사는 쇼핑데이라 했다. 금요일은 먹고 마시는 날이며 여자들은 칠랄레 팔랄레 복장을 하고 가족중심으로 파티 하는 날이어서 이 나라는 금요일에 가장 활기가 돈다고 했다.

토요일은 패밀리데이. 이 나라 교육과정은 자녀들이 예체능에서 한두 가지씩은 배우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들을 배우는 날이 바로 토요일이다. 혹간 자녀들에게 교육상 소홀히 하면 독스(DOCS: 자녀 기르는 일을 감독하는 기관)에 의해 재제를 받는 수도 있다 한다. 일요일은 신앙생활에 바쳐지고 가족과 나들이를 하거나 쉬는 날이다.

월요일은 직장인들이 과중한 직업의식으로 돌연사가 가장 많은 날인데 넥타이는 매고 출근하지만 맥주를 마시기도 하는 등 생활 속의 파격이 가볍게 허용되는 비어타임이 있는 Beer데이라 한다. 화요일은 영화, 연극 등을 관람하며 文化생활을 하는 날이며 수요일은 ‘보릿고개의 날’ 이라 한다. 이유는 주급 하루 전이어서 돈이 바닥 치는 노머니데이여서 이날만은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다.

호주 최대의 파충류 동물원 랩타일파크를 방문했다. ‘모른다’는 의미의 호주 말에서 유래했다는 캥거루, 24시간 중 20시간을 잠을 자고 하루 2kg이나 되는 유카리투스 잎을 먹어치우는 코알라. 희귀종 박쥐 플라이 톡스, 틀림없는 진돗개인데 야생 들개로 분류되는 딩고(Dingo), 칠면조와 비슷하지만 옆 날개의 기능이 특이한 카소와리(Cassowary:火食鳥), 검정 송아지 도메스틱 카우(Domastic Cow) 등등 호주에서만의 동물들을 자연 상태에서 관람했다. 그중 캥거루와 코알라는 일행들이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바람에 사진모델로도 기여도가 컸고 인기가 많았다.

차에 오르고 2시간쯤을 바쁘게 달려서 모래해변에 당도했다. 이 나라 바다는 산호도로 이루어진 터라 갯냄새가 없었다. 선혈을 뿌려놓은 듯 계절 따라 피어난 꽃들이 천지간에 널려 있었다. ‘모래썰매’ 타는 ‘Sand Boarding’ 체험장으로 현장차를 타고 잠깐 사이에 이동하였다.

샌드보딩은 5.60m의 모래언덕에서 널판자를 타고 내리는 놀이였다. 잘 될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멈칫거렸지만 모두들 타고 내리고 다시 오르기를 몇 차례. 나는 오르고 내리기를 9차례나 하여 당당히 1위, 재미도 있었지만 철없기가 하늘에 닿았다.

늦은 점심으로 비프스테이크, 한국이 홍삼이라면 호주는 양고기라는데 한국에서도 자꾸 먹는 소고기 식사라! 관광객이라면 누구든 이 나라 양고기에 관심 갖게도 생겼다. 호주가 보유한 양의 두수는 1억 6천만 마리이며 이걸로 1년 벌이가 13조원쯤이라 한다. 이런 터에 제대로 된 양고기 식사 한 번은 무리가 아니겠다.

묘지 옆에 볼링클럽을 만들고 굵고 길게 살기위해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 이들의 현실주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식사 후 돌고래 구경하는 Dolphin Watch Cruises Daily 순서다. 하늘도 가득, 풍경도 가득, 바다도 가득, 인간들의 숨소리도 가득, 좋은 것들만 가득 채워서 상 차려낸 나라에 와서 배에 오르고 망망대해의 어느 만큼을 떠가는가 했는데 아뿔사, 어안(魚眼)렌즈 같은 둥근 바다가 하늘과 다정히 만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안구 속을 항해하는 Sea Scape 중이다. 지금 활처럼 등허리를 드러낸, 바다의 리듬 돌고래를 보고 있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 가이드의 말로는 돌고래를 아주 못 보는 때도 있다는 데 우리는 운이 좋아(?) 아주 많이 보고 말았다.

캐디는 없지만 골프장만 3,000개가 넘는 나라가 호주이다. 이 나라에서 골프장은 한국의 테니스보다 흔하게 널려 있다. 여기에다 수영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오죽하면 걷는 것보다 수영하기가 더 좋은 나라라 했을까. 태어나서 6개월이 되면 오로지 수영에만 매달린다 했다. 그러니 선수 이안소프(IAN THORPE)가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이안소프 뒤를 이어 자국의 멜버른에서 코리안 박태환 선수가 거둔 2연승으로 이 나라 수영이 우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남태평양의 멋진 바다에서 야생 돌고래를 실컷 상봉하고 3시간 30분을 걸려 시드니로 돌아왔다.

나흘째 아침, 오늘도 2차례의 기관방문이 잡혀있다. 9시 35분에 시드니 최대의 박물관 Power House Museum에 가서 우선 한국문광부 파견자 이형호 국장을 만나고 지표면 324m 높이에다 세웠다는 ‘시드니 타워’가 보이는 곳에서 여자 관장과 30분 정도 공식 미팅을 가졌다. 한국출신 에이전트 큐레이터 김민정 씨가 구석구석 설명을 곁들인다. 산업발전에 맞춰 13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그 자체로 문화재였다.

그런데 이 건물이 1980년에 화력발전소가 되면서 ‘Power’가 붙여졌고 옛 원형을 존중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몸 바꾸었다. 주립 박물관 성격으로 유물들을 전시한 이곳은 기존의 형태를 파괴하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컨셉으로 최첨단까지를 연관성 있게 전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