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밀가루와 밀가리 사이에는 두 개의 강이 있다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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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승인 2015.09.11  18: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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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밀가리 사이에는 ㅠ와 ㅡ 라는 강이 있다
밀을 빻아 만든 ‘가루’가 두 개의 강을 건너면 ‘가리’가 된다
타워팰리스에서 강을 건너면 반지하월세방이다
백화점마트에서 강을 건너면 재래시장이다
명품이 강을 건너면 짝퉁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강이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도 강이 있다

잇몸질환이 심해지면
허방처럼 흔들리다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추락하는 이빨들
그 틈새로 바람이 새면
멋진 포장지에 향기도 아름다운 밀가루는
허드레 양은종지에 덜어 파는 밀가리가 된다
건너고 싶지 않지만 건너야만 하는 강처럼
흘러가기 싫지만 흘러가야하는 물처럼
밀가루는 강을 건너고 흘러서 밀가리가 된다

강을 건너보면 안다
밀가리의 동네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볏짚 한 단에 달려있는 눈물방울의
무게를 가늠할 능력이 생겼다는 것
짝퉁을 허리춤에 달고도
‘꼬꼬잡년’을 껌처럼 질겅거릴 줄 안다는 것
재래시장에 퍼질러 앉아 시시콜콜 덤도 챙기고
손 떨리는 수전증 망구구름의 시금치더러
시들었다고 잔소리해가며
못이기는 척 떨이도 해준다는 것
난생처음 새시로 만나는 강에도
ㅠ처럼 유유해지고 ㅡ처럼 스스럼없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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