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태극기 달기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운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 묻는 것은 먹고살기 팍팍한 사람들에겐 사치스런 일이겠지만 의향(義鄕)이라는 나주시가 이웃이 장에 가니까 바지게 지고 따라 가는 모양은 좀 낯간지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많다.

나주시는 각 읍·면·동을 통해서 태극기 게양 독려에 열을 올렸었고, 밖에서는 학생·시민들을 동원하여 중앙로 2차선을 점거하고 태극기 달기 운동 시가행진을 벌렸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박수와 민망이 교차할 수 있는 일이 틀림없다.

나주시가 독립유공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태극기 달기 운동 이전에 애국애족의 발로가 어디에 있는지 고민이 확실히 필요한 집단이다. 나주시는 현재 알려진 항일(抗日), 의병(義兵), 광복군, 학생독립운동 등의 인사들이 전남도내에서 가장 많은 83인의 독립유공자가 있다.

이미 작고한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이웃 고을 영암의 39인, 무안의 46인에 비해 무려 두 배에 이르는데 이분들의 공훈에 대한 나주시의 예우가 없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태극기만 휘날린다고 광복의 진정한 의미와 애국애족을 가슴에 보듬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의로운 고장이라는 것은 태극기가 많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어느 선진국 나라가 계몽적 차원에서 국가의 상징인 국기를 걸자며 캠페인(campaign)을 펼치겠는가. 바른 말하자면 유치한 일이다. 때를 맞추어 의식 있는 여론매체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는 뒤편에 선조들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가세가 기우려 못 배우고 헐벗은 가난의 한탄과 부일과 친일의 잔재들은 호의호식과 출세에 분노하기도 했었던 광복 70주년의 해에 고작 태극기 달기운동이라면 어느 정신 나간 작자가 국가의 위란(危亂)앞에 육신과 혼까지 내어 받칠 애국심이 있겠냐는 물음 앞에 나주시는 긴장해야 정답이다.

지금이라도 나주시는 독립유공자들의 발자취를 쫒고 찾아 적극적으로 선양(宣揚)해야 한다. 한편으론 후손들의 삶의 근간도 살펴 어려운 부분을 보살펴 주어야하는 것도 나주시민의 몫이다. 우선순위 앞에 항상 그분들이 우뚝 서 있어야 진정한 광복된 국가일 것이고, 광복된 국가의 지방자치단체 일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펼치는 캠페인은 정치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행위가 저만 보고 자화자찬이라면 소인배가 틀림없다. 이런 우(愚)는 소신과 철학의 부재가 원인인데 나주시는 제발 이러한 일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한 지역의 고매하고 의로운 정신은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바른 몸가짐과 처신에서 베어 나오게 되어 있다. 약간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나주라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지역이 정(正)과 사(邪)의 구분보다 돈 따라 권력 따라 우왕좌왕의 결과 나주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지고 말았는데 우선은 염치를 찾는 길만이 우리의 정신을 기리 보존하고 간직할 중요한 과제 일 것이다.

나주의 정신을 광복 70주년을 맞아 복원하여야 한다. 태극기만 휘날려서야 하 세월이 아니겠는가. 그 정신은 독립유공자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