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술과 안주를 찾아 지구 한바퀴”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술과 안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서다. 세계 각국의 여행담과 술에 얽힌 추억을 유니크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풍부한 사진과 함께 40년 간 명주(銘酒)여행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계단식 밭의 돗자리 위에서 주고받는 인도네시아의 야자주나, 스웨덴의 세계제일의 악취 나는 통조림과 아콰비트, 포르투갈 해변에서 만끽하는 정어리구이와 레드와인, 서부극을 흉내 내서 단숨에 털어 넣는 미국의 버번, 오래될수록 깊은 맛이 나는 중국의 소홍주 등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미국, 한국,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의 체험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어 읽는 동안 마치 저자와 동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사진작가이자 문필가, 화가, 요리연구가로 4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술을 마셨다. 그의 애주가적 면모를 들여다보면 웃음이 난다. 그는 네 살 때 처음으로 술을 마셨고,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 몰래 훔쳐 마시기까지 했다. 직업이 사진작가인데 카메라를 팔아 술 마실 돈을 마련했으며, 밀라노에 머무르는 500일 동안에는 1400가지의 이탈리안 와인(비노)을 마셨다.

외국에 가면 그 지역 주민들이 마시는 술을 마시고, 그들이 술에 곁들이는 안주를 먹었다.

와인, 위스키, 맥주 등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외 현지에서 즐기는 국민주나 민속주 등을  다양하게 섭렵한 체험담을 들려준다. 이탈리아 민들레 와인, 타이의 메코 위스키. 필리핀의 산미구렐 맥주, 베트남의 쌀막걸리 르우껑 등 세계의 술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안주에 대해서도 정어리 통조림과 염소찌개, 염소의 고환, 부화 직전의 오리알 ‘빗톤’, 라압(타이식 육회) 등 독특한 세계음식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발리에선 하얀 벌레들이 거품과 함께 오르내리는 뚜악을 마셨고, 몽골에선 소가죽 부대에 들어있는 마유주를, 스코틀랜드에선 송어낚시를 하며 스카치위스키를 마셨다.

한국인들이라면 궁금해 할 한국의 막걸리와 소주 이야기도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지인들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산낙지회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는데, 산낙지회 묘사에서 일본인 특유의 유머가 느껴진다.

특히, 다른 나라의 식생활문화를 우선 받아들여 몸소 체험하는, 저자의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도전정신 덕분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신선한 충격과 아울러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부화 직전의 오리알이든, 벌레가 우글대는 야지술이든 그것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자도 직접 그것을 먹고 마신 후에 기술한 다이내믹 맛 견문록이다.

와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마시기 전에 라벨을 읽고, 연대, 산지, 생산자 등등을 노트에 기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 잔, 두 잔 들이키며 음주에만 집중하게 되고 혀나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마시고 또 마시며 감별력을 키운다. 먹고 마시는 것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저자의 캐릭터가 그대로 글속에 반영되어 있다.

아시아편에서는 그 누구와도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유럽편에서는 촉촉한 애수가 흐르며, 미국편에서는 희로애락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미국, 한국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의 체험을 리얼하게 하게 묘사하고 있다.

만약 애주가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세계의 술을 몽땅 마시고 싶어 환장할 것이고, 여행에 미친 사람이 읽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보따리 싸서 공항으로 향할 것 같다. 전염성이 높고, 기묘한 설득력을 가진 글들! 삶의 여행기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