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상승률이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는 혁신도시에서 '상가 불법 선분양'이 판을 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관할지자체인 나주시의 '건축허가'와 부지 조성 시행사로부터 '착공용 토지사용 허가'도 받지 않은 부동산 시행사들의 불법 선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토지 대금도 완납되지 않은 상가부지 앞에 불법 가설건축물인 이동식 컨테이너에 분양사무실을 차려 놓고 버젓이 영업을 일삼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사법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불법 선분양으로 곤욕을 치른 피해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퇴직자 A(59)씨는 노후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나주혁신도시 중심 상가 건물에 투자키로 하고 지난달 6일 '분양 이행 청약서'를 작성했다.

A씨가 분양 받기로 한 상가의 청약 전용면적은 87.36㎡(26.4평)에 분양 금액은 1억5160여 만원이었다. A씨는 이날 계약금 1500만원을 입금했다.

의심쩍은 생각이 든 A씨. 이후 해당 상가물건에 대해 알아본 결과 토지대금도 완납되지 않은데다 건축허가와 분양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분양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실체도 없는 상가건물을 분양한 시행사에 따지고 사정사정해서 계약금을 10여일 만에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시행사는 현재도 혁신도시 안에서 버젓이 분양행위를 일삼고 있고, 법규정을 무시한 '탈법 청약서'를 투자자들에게 남발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 선분양을 통해 상가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시행사 부도와 분양 신청금이 유용되거나 횡령 당했을 경우 정식 계약서를 받지 못한 탓에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나주혁신도시에는 이 같은 유형의 불법 선분양을 일삼는 시행사와 속칭 떳따방들이 상업용지와 근린생활시설용지 곳곳에 불법 컨테이너를 설치한 채 영업을 일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시행사 자금담당 직원이 공금을 횡령하고 사라져 건물 공사가 중간에 멈춰선 상가도 있다. 시행사가 금융권 신탁사와 신탁계약을 맺지 않은 채 분양에 나선 이 상가의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멀리 서울서도 피해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서울 한 곳에 3개월짜리 월세 건물에 시행·분양 사무실을 차려놓고 '실체도 없는 나주혁신도시 상가'를 분양한 일당이 10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중국으로 도피해 사법당국이 이들을 쫒고 있다.

이들은 허위 조감도에 등기부등본, 토지대장까지 위조한 채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한 투자자는 11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불법 선분양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건축허가, 착공용 토지사용허가 유무 등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금융권 신탁계약에 대한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행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서는 상가 선분양의 경우 연면적 3000㎡(907평) 이상은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분양관리신탁과 분양자금관리신탁 두 가지에 가입토록 하고 있다.

또 신탁사나 보증 없이 선분양 할 경우는 상가건축물의 전체공정이 30%를 넘어선 상태에서, 건설사의 부도로 건축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2개 이상의 건설사들이 반드시 연대보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부동산 관계자는 "정식 분양계약서가 아닌 분양이행 청약서, 분양약정서, 영수증 등 대체 증빙서류를 발급하는 경우는 100% 불법 선분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