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도시재생주민협의체(위원장 이철웅)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7시 영강동사무소에서 조각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영산포 출신 ‘나점수’ 예술가를 모시고 제3강 ‘도시재생과 어반디자인’이란 주제로 한 뜨거운 강의로 큰 박수를 받았다.

강의의 주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도시재생은 영산포 지역의 시대적 과업이 되었지만 도심디자인에 대해선 뚜렷한 지향점 없이 중구난방을 넘어 백가쟁명이 되어가는 마당에 상당한 내용을 가진 시의적절한 강의라 할 수 있다.

나점수 작가의 외모는 거친 황야를 유량한 유목민을 닮았으나 유독 눈빛은 수도승처럼 빛나고 있었다. 특히 27년만의 환향(還鄕)이라는 목소리의 톤에서는 고향이라는 사무친 정과 함께 회한도 함께 녹아 있었는데 지역의 교육이나 시민의식에 대해서 더 넓은 시각을 주문하기도 했다. 역시 중국, 중앙아시아 그리고 터키를 횡단한 저력과 실크로드를 횡단한 이단자다운 면모의 직설이었다.

도시재생과 도심 디자인에 대해선 여러 가지 실례와 함께 동서양의 문화와 예술적 갭을 통한 영산포의 길을 제시해 주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에 휩싸였다.

특히 도시재생 과정에서 소외되기 일쑤인 계층의 배려가 곧 도시재생의 큰 의미라는 부분은 상당한 철학이 내재된 시각 이었는데 우리사회가 풀고 가야 될 숙제를 고스란히 투영시키고 있었다.

또한 영산포 도시재생에 필요한 도심디자인 재료는 넘치고 남는다는 것과 어느 나라 못지않은 역사의 풍부함과 영산강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물(水)과 나무, ‘길’ 그리고 돌과 잡초라는 주제만 가지고도 훌륭한 도심디자인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과거를 훼철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과거를 복원하고 보존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과 어설픈 난개발이 부른 현실적 낭패를 과거의 잊혀져가는 영산포구의 옛 사진 한 장을 통해서 시민들의 자각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즉 지역역사를 부정하고 사장(死藏) 시킬 수 있는 콘크리트 문화와 엉터리 도심재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건축물과 조형물이라는 예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 했는데 나주 문화예술회관의 경직된 회색빛건축물과 다른 나라의 건축물을 대비하면서 건축물을 예술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무지의 나주시 한계가 결국 관광자원을 스스로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스스럼이 없었다.

그동안 영산포에서 여러 가지 도심디자인에 대한 주민 간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나점수 조각가의 해박한 도심디자인의 방법론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동의가 있을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원론은 창녕 ‘김경년’ 강사의 주민참여와 나 작가의 온고지신적 예술론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고향 사람이 찾아오지 않은 도심디자인은 맹탕이 될 것이고, 이어서 정체성마저도 상실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영산포도시재생은 이러한 관점을 절대 잊어서는 답이 없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대대손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땅을 만드는 것이다. 특정인의 사심에 의한 농락(籠絡)은 반드시 그놈 잘 죽었다는 소리가 제격이다. 절대 부끄러운, 먼저 태어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부대인(歲月 不待人)이라는 말이 있다. 때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산포의 마지막 도약의 시기가 오고 있다. 오직 사람을 위한 진정성이 담보 된다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와 반대라면 어렵게 되어 있다. 영산포 출신 ‘나점수’ 작가의 좋은 강의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