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을 경계해야 올바른 시정 펼칠 수 있다.

▲ 김재식 국장

성골(聖骨)과 진골(眞骨)이란 신라 시대의 신분제인 골품제도의 최고의 등급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골·진골을 살펴보면 성골은 부모 모두가 왕의 혈통이고. 진골은 부모 한쪽이 왕의 혈통을 가진 사람인데 왕을 계승할 때 최선은 성골이고, 차선이 진골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말하자면 권력의 0순위와 1순위쯤이다.

나주시가 지난 6·28일 민선 한 돌을 코앞에 두고 인사를 단행 했다. 인사는 너무 당당하게 인사권자인 나주시장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니 원칙 없다는 시시비비는 담벼락과의 대화와 같다. 그런데 나주시청 공무원들은 지난 6·28 나주시 인사를 어떻게 볼까?

여기서 성골과 진골들의 패권이라고 거침없이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자포자기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사회의 가장 잘못된 권력의 행태는 권력을 가진 자의 삶의 과정 즉,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철학이 전혀 투영되지 못하고 신분 상승의 기류를 타고 돌변하여 강남스타일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역사소설에서 등장하는 초한지에서 유방이 항우를 가리켜 '원숭이가 갓 쓴 꼴'이라는 의미 앞에 권력은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는 가진 자의 낯부끄러운 짓을 마주 할 때 졸부라며 손가락질을 해 댄다. 이 졸부라는 단어는 단지 벼락치기 부자의 의미보다는 천 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데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세상에서 정승처럼 쓰여 지지 않은 돈은 사람의 질서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하다. 권력도 돈과 판박이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잘못 사용되는 권력은 반드시 성골파와 진골파, 그리고 서자(庶子)파를 양산하게 되어 있다. 이게 바로 패거리에 의한 나주시의 인사의 속살이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주장이 일방에서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맨손인가 아니면 금 숟가락을 물고 나오는가에 따라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은 신분이 매겨지게 되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런 사회를 천민사회라 부르기도 한다.

나주시 공무원들도 맨손이냐? 아니면 금 숟가락이냐에 따라 출세(승급)의 길이 달라지는데 그 중심엔 권력자를 향한 패거리가 엄연히 존재 하면서 당동의 세력이 노른자위로 진출 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영차'를 사이좋게 합창하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기에 선거 철철 따라 옷을 바꿔 입어도 끄떡없이 언제나 만사형통이 나주시의 인사 본질이라는 힐난이다. 여기서 부화뇌동을 강하게 부정하는 공무원들은 찬밥(서자)이 되어 변방으로 유랑하다가 장렬하지도 못하고 고개 숙인 은퇴의 수순이 다반사라면 나주시 공직의 인사시스템은 크게 고장 나 있다는 비난도 있다.

어느 사람살이가 다 그렇겠지만 빛을 쫒으려는 본능이 이성을 추월 할 수도 있다. 이 출세본능을 크게 자극하는 것이 선거판인데 즉 정치공무원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다. 여기서 무서운 결과는 공복을 부정하게 되고 편향된 충성과 진실을 가장한 속삭임으로 웃전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일신의 영달에 여념이 없게 되는데 한마디로 향원(鄕員)의 길을 걷게 된다. 나주시장은 민선 6기 한 돌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공자의 말씀인 논어에서 말하는 향원에 주목할 필요가 확실히 있다. 공자는 향원의 다섯 가지 악의 유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째, 남의 마음을 잘 읽어 마음에 들게 하지만 그 속에는 엉뚱한 흑심을 품고 있는 자. 둘째, 행실이 편벽하면서 고집만 센 자. 셋째, 말에 진실성이 없으면서 달변인 자. 넷째, 하는 목적이 어리석으면서 지식이 많은 자. 다섯째, 비리에 순응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자.

나주시장은 6·28 인사에서 전체는 아닐지라도 일부의 공직자가 위에서 나열한 죄의 향원의 범주에 든다면 읍참마속의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과거에 흘렸던 땀과 눈물의 의미를 기억하고 촌(村) 스타일로 나주시를 이끈다면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툰 강남스타일의 흉내는 민심의 이반은 불을 보듯 확연하다. 멋 부리다가 얼어 죽는다는 의미와 같다. 나주의 많은 정치인들이 이 멋에 취해 학원이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