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은 시민들과의 약속

지난 3?11일 전국적으로 동시에 조합장 선거가 치러졌는데 나주지역 몇 곳은 아직 불복(不服)중이다. 이 가운데 나주배원협이 20여건의 고발사태로 인해 조합원들이 극과 극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유는 딱 한 가지 ‘너 죽고 나만 살자’이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고발의 정당성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한민국 어느 조합이든 그 구조적으로 이어령 비어령(耳於鈴 鼻於鈴)이다. 법전을 들이밀고 문제를 살피자면 모두 다 온전할 것 같지 않다는 다른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독불장군들의 특징 즉, 나의 배설물은 문제가 없고 남의 것만 구리다는 억지다. 나주의 정치인연 하는 사람들도 몇몇은 이 범주에 든다. 하기야 못된 것만 빨리 배운다는 인간의 속성을 오늘도 증명 하고 있다.

조직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은 상당한 정의감에 의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1세대 내부 고발자인 이문옥 감사관의 의기(義氣)는 오늘도 정당하다. 그러나 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팽 당했다고 뛰쳐나와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것은 속보이는 짓이 분명하다. 같은 내부고발이라도 이렇게 상황에 따라 평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하한 선거는 남을 위한 보시(普施)에 초점이 맞아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선거를 일신의 영달 기회로 여기다면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권력의 맛에 취해 있거나 나만 잘났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승복은 절대 없다. 

그런데 불복의 문제는 당사자들에게만 국한되어 소용돌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패거리들이 뭉쳐 패싸움 양산으로 번지는데 마지막 피해는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선거라는 것이 결국은 선량한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내편을 뽑게 된다는 말인데 이 내편이라는 것이 올바른 사회의 초석감이 되냐는 이야기다.

도둑놈들에겐 시끄러운 장이 좋다고 측근을 자처하며 옆에서 싸움의 확전을 부추기기도 하는데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하자면 모사꾼과 같다. 말하자면 좋은 ‘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걷다보면 그 안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좋은 말이 있는데, 타인의 단점이나 장점이 나의 스승이 된다는 이야기다. 즉 잘못된 조직의 내용을 자신이 답습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차세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 모든 문제를 법정에 세우겠다면 민심은 고약해 질 수 밖에 없다.

법(法)을 자신의 한 풀이 수단이 되어서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고, 이웃들에게 칭찬받기 매우 어렵다. 속담에 남의 눈에 티끌은 쉽게 보아도 자신의 눈에 들보는 안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나주배원협의 조합장 선거와 관련하여 20여건의 고발사태를 관전하면서 불쑥 생각났던 속담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성을 찾아야 한다.

전직 조합의 상무가 현 조합장에게 물 먹이려고 20여건의 고발이라면 사건의 진위 여부는 차제로 치고 누가 보아도 좋게 보일 일만은 아니다. 나름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선거가 인간관계를 훼철해서야 되겠는가. 자식 보기가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