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나주시 주관으로 '다문화 가족 사랑의 합동결혼식'을 가졌었다.

그런데 묘한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아직도 합동결혼식을 관(官)주도로 한다는 부분이다. 

또한 합동결혼식과 함께 떠오른 것은 빈곤사회에서의 천박함인데, 결혼사진을 한 장 얻기 위해서 같은 처지의 낮선 사람들과 머쓱하게 줄지어 있어야 하는 민망함이 가슴을 후빈다.

상당히 오래된 30여년이 지난 일이지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나주시 주관 합동결혼식장의 주인공이 되었었다. 당시에만 해도 생계가 하도 막막하여 결혼식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가 나주시가 나서 결혼식을 하여 준다고 하니 신청자가 줄을 서게 되어 겨우 표를 받았는데, 자식들을 대 할 때 마다 가슴이 미어지더라는 후일담이다.

관(官)주도의 합동결혼식의 영감(靈感)은 문선명이 교주였던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에서 얻었을 것이 거의 틀림없다. 종교 행사의 일종을 관(官)에서 차용한 모양새인데 그들의 합동결혼식은 말 그대로 종교 행사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빈곤하고는 거리가 한참 멀다.

흔히 빈곤은 불편한 것으로 치부한다. 이쯤이면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회에서의 빈곤함은 불편함을 넘어 자신의 결정권 등의 권리를 일정부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비참도 함께 꽁꽁 숨어 있다. 능동적 사회인 보다는 피동적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 오직 했으면 합동결혼식이겠는가의 이야기는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나주시 행정이 나서 다문화 가정의 삶을 축복해 주려면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슨 말이냐면 실·국장 자녀뿐만 아니라 공무원 자녀가 관(官)주도의 합동결혼식장에 설 수 없는 이유는 정확히 한가지다. 천민이 하는 결혼식이상의 이유가 없다는 말인데 체면이 안 선다는 이야기다.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은 것이 인(仁)이라고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어짊이 출발한다는 의미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분들의 축복을 위해서 천편일률적이 아니라 다양하고 아름다운 방법이 요구 된다. 즉, 당사자의 마을회관에서 마을 분들의 축복을 받는 작수성례(酌水成禮)가 훨씬 더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인데 모든 행정의 우선순위는 공무원의 편의가 아닌 시민의 편의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헐겁게 여긴다면 부끄러운 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가는 다문화 합동결혼식에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나주시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관행은 공직사회의 커다란 적이다. 창의적 행정에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고 있는 것이 관습과 관행이라면 제도적으로 창의적 행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법 하다.

어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아름다운 일들을 쏟아내는 나주시가 되었으면 한다.

그분들의 가슴에 부끄러움의 앙금이 남아 있다면 그 잘못은 나주시민 모두에게 있다.

나주시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리지만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