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지난 4.29일 치러진 재보선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여러 악제 속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볼품없이 참패를 당했다. 특히 광주 서구 을에서 새정연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가 새정연 '조영택' 후보를 무려 20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대승을 거두었는데 여기에 한껏 고무 되었는지 DJ 정신을 이어받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기염이 대단하다.

즉 충청도에 기반을 둔 '김종필'의 자민련과 같이 호남 정치복원을 외치며 '새정연'을 뒤집어  엎겠다는 야심만만인데 천정배의 정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호언장담이 망언장담이 될 개연성이 높다. 천정배는 신안 출신으로서 정치적 고향은 목포이고, 정치적 동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지만 DJ 사람이다.

즉 DJ에서 노무현으로 갔다가 다시 김대중에게 컴백한 사람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대들보를 헐어내고 열린 우리당을 창당하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말하자면 김대중의 뼈와 살과 피가 고스란히 녹아 스며있는 민주당을 무능하고 부패한 정당으로 낙인을 찍는데 앞장을 선다.

그러다 2007년 열린 우리당을 탈당하게 되는데 탈당하기 1년 전인 2006년 팔순 고령을 눈앞에 둔 DJ와 함께 목포역 광장에 서게 된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때에 호남의 정치의식이 이분화 되는 것을 천정배를 통해서 막고 호남 통일천하라는 밑그림이 완성되었을 수도 있다.

지금 야당이 지리멸멸하고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보수는 한 가지만 같으면 동지가 되고, 진보는 한 가지만 다르면 적이 된다는 '필패의 법칙'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누가 정실의 자식(적자(嫡子)인지를 두고 이전투구의 몰입이 전체 판을 깨고 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자를 자처하고, 천정배는 DJ의 DNA을 이어 받았다고 주장하며 분열의 정중앙을 관통하고 있는데 국민 이익을 위한 동업(동지)이 아니라 틈만 나면 딴 살림 차리려는 바람난 간부(姦婦)와 전혀 다르지 않다.

포용과 관용 그리고 명분은 노무현, 김대중의 아이콘이다. 이 아이콘을 부정하고서는 천정배든 누구든 호남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시 천정배에게 눈을 돌리자면 원칙 없는 승리, 명분 없는 승리는 그리 오래 갈 수가 없다. 원칙 있는 패배, 명분 있는 패배가 차라리 춥고 배고플지언정 긴 여운을 남겨주게 되어 있다.

노무현의 자갈치 시장 선거유세가 좋은 본보기이다. 김대중의 당선을 위해서 반 김대중 정서가 가장 강한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서 김대중의 사진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 한 것은 개인의 명리보단 민주·사회정의라는 사회명분의 가치척도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천정배의 국회의원 4·29보선 선거에서의 당선을 이러한 양심과 고뇌의 과정을 스크린 해 본다면 호남판 맹주의 꿈은 한낱 개꿈에 불과 하다고 할 수 있다. 남가일몽이라는 이야기다. 현란한 혀끝에 호남인들은 현혹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른 의미인데 '천정배'의 그동안의 정당생활이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는 요인을 가졌냐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큰 부분이다. 아무리 작은 산골 마을이라도 나름의 규범이 있기 마련이고 독불장군이나 막나니 가 아니면 반드시 순응해야만 한 마을이 편하다.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곳에서 출마하겠다고 정당의 공천을 요구한 일 또한 명분 없는 행위이고, 공천에 탈락 할 것을 염두에 두고 탈당하여 국회 입성은 성공 했다고 하더라도 명분 없기는 같다.

명분(名分)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할 도리라 적고 있다. 그럼 명분이 없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이런 사람이 호남정신을 마치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어둔 공깃돌쯤으로 여겨  함부로 주물럭거리려 달려든다면 정신 나간 행동이 맞다. 말하자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지 않는가라는 물음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하지 않았던가? 호남인은 가슴깊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