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밭두렁에 호미 꽂아도
금성산은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가슴팍에서 연기 한 줄기 피어올랐다
저 연기가 반가운 손사래인 적 있었다
굴뚝이 사라지고 청솔가지
매운 연기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정녕봉은 고개를 흔든다
사람과 더불어 수천 년을 부볐으니
제 몸 헐벗도록 군불 들였으리라
생살까지 도려내 명줄 이어냈으리라
이제는 설핏 등 기대고
맑은 숨결에 발참처럼 쉬고 싶은데

오는 걸음 가는 걸음
제 길 바빠 지나치고 말았다
홀로 계신 어머니
등 돌린 허공에 마지막 당부하시고
운기運氣처럼 흐르던 연기는 잦아들었다
사흘 되니 마침내
응어리진 울음재가 열렸다

터진 설움에 영산강은
탁주 한 사발에 취하신
우리 어머니 걸음으로
집집마다 들러 들러서
한 바가지씩 쌀뜨물 부어주며
여보시게, 잘 있는가 안부하고
서편제가락으로 돌아 돌아
끝도 갓도 없이 챙겨가며
나주평야를 품에 안아 올리는 것이었다.

*울음재: 나주 금성산의 고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