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종 시인(화가)

한국을 지탱해온 오랜 정신의 보루에 불교가 있다. 이 말은 다르게는 우리네 삶의 시간 속에는 불교가 여러 부면에 영향을 미치며 숨쉬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불교는 우선 신앙하는 신도수가 많다. 각종 통계자료에도 불교를 종교 란에 표기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들 넷에 한명 꼴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중에 1년에 초파일에라도 절을 찾거나 불 한 번 밝히는 사람까지를 신자로 치면 신도수를 더 보태야 할지 모른다. 게 중에는 생활 속에서 신심을 갖고 선교 활동에 정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심정적으로 불교에 동화된 정서적인 불교 마니아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현실에서 이 나라의 이름난 불교사찰은 신앙의 성소이기보다는 관광지의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사찰에 산재한 불상과 탱화, 주변 풍광 등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더한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의 명소인 경우가 많다. 이들 볼거리는 조금만 진입해도 삼천대천세계의 이야기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설화 등 우주적 세계관까지를 접할 수 있는 기회에다 일반인의 여타 흥미까지를 견인할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확실히 불교의 매력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 사람에게도 한국을 알리고 끌어들일 충분한 여러 문화재적 관전 포인트로 숨 쉬고 있다. 불교의 사상이나 수행 방식 등은 소외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본래성을 되찾게 하고 새삼 생의 생신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교훈성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불교는 적극적이거나 진취적이지 못하고 현실에 너무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 같은 생각이 나 혼자만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제 발로 찾아간 관광객이나 입장시킬 뿐 그들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것이 우리 같은 세속인이 아닌 세상의 관계를 인연법으로 설명하는 불교적 진리에 비추어 너무 안이하고‘무책임’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예로부터 사찰은 종교적 기능만의 단순장소가 아니었다.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고 지역주민의 경제적 편익에까지 여러 일들을 해왔었다. 그런데도 오늘의 불교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가 궁금할 만큼 많이도 느슨한 느낌이다. 성불이나 중생제도까지를 목표하면서 찾아간 사찰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낄까가 막막하여 발길을 되돌릴 지경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이 막막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짚어질 것이다. 우선 큰 사찰 몇 곳을 제외하고는 문화재나 불상과 탱화 등을 설명해주는 리플렛 하나 없다. 어린 시절에 절을 찾았던 사람은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어른이 되어서도 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절을 찾는 이들은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새겨봐야 한다.

규모가 큰 사찰은 관광객을 위해 스님이 직접 사찰안내나 해설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러 이유로 스님은 만나기조차 어려운 귀한 분으로 존재한다.

부처님오신 날에 연등을 밝혔다. 제행제중(諸行濟衆)의 법고소리에 모두들 손을 모은다. 이 정도의 광경으로도 어찌 불교의 존재가 엄숙하고 장엄하지 않으랴. 사람사람 만나서 손잡는 따뜻한 세상, 정겹고 싱그러운 사람 세상의 풀잎들이 우거지고 있다. 부처님이 행하고 가르친 저 눈부신 말씀의 양광을 받아 나풀거리는 풀잎들이 더 없이 생신하다. 어느 의미에서 불교인들은 신앙인이기에 앞서 민족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이 나라 정신의 적통(嫡統) 상속자들이다. 부처님 앞에서 삼천 배 올리는 정성으로 세상의 가뭄과 흉년을 손잡아 주려면 구원의 설법에 목말라하는 입장객을 직접 찾아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