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웅 국장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해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유진룡 당시 문화관광체육부 차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으로부터‘정의의 아이콘‘으로 떠 올랐다. 또한 당시 한나라당 김모의원은 “청탁에 ’아니오‘라고 외치는 건 우리 사회를 깨우치는 ’죽비소리‘라며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또 경질됐다. 8년 전 그의 청와대 인사 청탁 거부를 극찬했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다. 이유는 이번에도 청와대의 인사 청탁 거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차관직에서 쫓겨나더니 박근혜정부에서는 장관직에서 쫓겨났다.

유 전장관은 자신의 경질과 관련해“이번에 경질된 것은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까지 받았다. 나는 청와대에서 청탁하는 사람의 태도가‘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러지 마라. 그런 식의 인사는 좋은 것이 아니다’란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인 국가대표 승마선수의 판정시비와 관련해 정씨 부부가‘문고리 3인방’의 힘을 빌어 승마협회에 압력을 넣었고, 청와대 지시로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승마협회 감사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문체부 담당국장과 과장을 경질했는데 이를 박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 장관이 이를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확인한 것이다.

이어 유 전장관은 “청와대가 자신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자신을 고소할 텐데 정확한 정황이기 때문에 고소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박대통령의 지시가 사실임을 재차 확인했다.

한 고위공직자가 색깔이 전혀 다른 진보와 보수 두 정부로부터‘청와대 인사 청탁 거부’라는 똑같은 이유로 차관직과 장관직에서 경질된 것이다.

특정정부에서만 장,차관직이 경질이 됐다면 유 전장관의 편향적 공직관이 빗은 당연한 결과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에 그의 공직자로서의 자존신과 소신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감히 대한민국의 최고통수권자에게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분의 대통령에게‘노’라고 말할 수 있었다니‘공직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공직자들의 자학(自虐)도 유 전 장관에게는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아니 바뀌어서는 안 될 절대적 명제가 있다. 그것은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사실이다. 달리 표현 하자면 공무원에게는 국민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고위공직에 연연하지 않고 서슬 퍼런 청와대와 대통령의 부당한 인사 청탁을 두 번이나 거부하면서 장,차관직을 초개같이 버린 유진룡 전 장관을 보면서 아직도 대한민국의 공직자가 살아 있음에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

‘정의의 호루라기’라는 칭송에서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까지 유진룡 전 장관에 대한 평판도 엇갈리고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 며 두 분 대통령의 인사 청탁을 과감히 거부한 그의 공직자로서의 자세는 본받아 마땅하다.

공직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왕적 대통령을 비롯해 자치단체장을 모시는 공직문화에서‘윗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NO'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아니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유 전장관의 청와대와 대통령을 향한 'NO'는 너무나 신선하다. 나주 공직사회도 윗전을 향해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공무원이 절대 필요한대 그렇지 못하는 게 요즘 나주시의 현실이다.

지역사회와 지역민은 나주공직사회의 ’유진룡‘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지역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나주공직사회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강 인규 시장도 소신 있는 공무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근청원겅(近聽遠見)’, 가까이 듣고 멀리 보라는 얘기다. 유진룡 전 장관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