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표현인줄 모르겠지만 미성년자인 자녀가 공부는 뒷전이고 이성교재에 열중이면 이런 말들을 종종 한다.“공부는 가르쳐 줘도 잘 모르면서 이성교재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한다.”미성년자의 이성교재를 굳이 부정적으로 대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한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말이다.

이 말이 실감나는 곳이 나주시다. 나주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시장이 했던 사업 등을 백지화 시키거나 제동을 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김대동 시장은 나인수 전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나주광장’ 사업을 백지화 시켰고, 임성훈 시장은 ‘나주시종합스포츠파크’ 공사에 대한 백지화 등을 염두에 둔 전면재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시장이 바뀌면 전임자가 추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선악구분하지 않고 우선 지우고 보자는 심사다. 강인규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좋지 않은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안다는 듯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물론 전임자들이 시행한 사업들이 문제가 있으면 백지화도 해야 하고 전면재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확실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팩트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문제는 선악을 구분하기 전에 전임자들의 추진한 사업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궐밖정승들의 부추김도 한 몫 한다고 전해진다.

나주시는 120억원(국비 60억, 시비 60억)이 투입된 친환경염색산업센터(이하 염색센터)가 지난 3월에 준공됐지만 지금 현재까지 위탁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있어 혈세낭비는 물론 구구한 억측마저 일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4월 위탁업체 선정을 위해 공고와 재공고를 거쳐 염색센터 위탁을 신청한 B회사를 5월에 심사해 B회사를 위탁업체로 선정, 일주일간의 결정법인 공고를 거쳐 6월 5일까지 민간위탁 협약체결을 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B회사와는 연 1억2천만의의 임대료를 받고 3년간 위탁계약을 하기로 했다. 나주시 관계자에 의하면 강시장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위탁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보자고 했다지만 말이 맞지를 않는다. 이미 임성훈 전시장 재임시 심사를 거쳐 B사로 결정된 사안을 바꾸자는 것도 행정의 연속성상 이치에 맞지 않고, 더구나 공고와 재공고를 거쳤지만 신청하는 업체가 B사 한군데 뿐으로서 더 이상 신청업체가 없다는 것을 보고받았음에도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가 뭐냐는 얘기다. 나주시는 위탁을 미룸으로써 발생한 5개월 동안의 재정적 손실이 수천만원이다. 한 달에 전기세 등이 5백여만원×5개월=2천5백만원, 한달 임대료 1천만원×5개월=5천만원 등 7천5백만원의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 재정적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위탁절차를 그대로 진행했으면 전기세는 위탁업체 몫이며 5개월 동안 임대료 5천만원은 시 재정수익이 됐다. 내지 않아도 될 해도 될 전기세 내고 받아야 할 임대료 못 받았다. 이런 행정을 하고 있는 곳이 나주시다.

또 하나 무슨 영문인지 100억원(국비 50억, 도비 15억, 시비 35억)을 들여 동수동 국민임대산단에 조성중인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가 지난 7월부터 기반공사 및 감리용역을 중지했다. 즉 공사를 중지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GNP 시설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냄새가 풀풀 난다. 변명에 불과하다. 농림부공모사업인 이 사업의 반려도 나주시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만약 반려한다면 공모사업반려로 인한 중앙정부로부터 입을 나주시의 데미지는 말할 수 없으며 다른 공모사업은 앞으로는 생각도 말아야 한다. 공모사업에 관한한 중앙부처로부터 따돌림 당하기 딱 알맞다. 그리고 기 들어간 기본 및 실시설계비 2억3천6백만원은 누가 책임을 진단 얘기인지 이래저래 혈세가 줄줄 세고 있다.

특히 친환경염색산업센터나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는 수익성을 위한 시설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천연염색과 천연색소 연관산업 등을 나주시로 유치하기 위한 기반시설임에도 수익성 운운하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이바구’다.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행정의 연속성’이지만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전임시장이 벌여놓은 사업들을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선악을 확실히 가려 대처하기 바란다. 나쁜 것은 답습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