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충권 기자

요즘 김보성의 개나으리, 신토부으리, 항아으리 의리시리즈가 연일 화재다.

10여년 넘게 의리를 컨셉으로 잡아 일관되게 활동해오던 것이 뒤늦게 국민들에게 인정받아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미래산단 재판 취재를 위해 광주지방법원을 찾았다.

무척이나 수척해진 모습의 임 전시장과 현직공무원들과 죄수복을 입은 공무원들을 재판장에서 마주하며 만감이 교차됐다.

몇 년 전, 몇 달 전만해도 시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시민들을 대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 측은지심마저 들게 했다. 나주시를 한 때 호령했던 인물들을 재판장에서 마주하며 꽃이 피어야 열흘을 못 넘긴다는 뜻으로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화무십일홍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6. 4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전에만 해도 지지자들로 인해 방청객들 수가 많아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으나 이번 재판에서는 그 많던 지지자들도 언론들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한 때는 상사와 부하직원에 관계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유, 불리를 위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어 의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임 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했거나 민선5기 내내 충성을 외치던 무리들이 선거가 끝나고 권력이 이동하자 새로운 권력에 대해 꼬리 흔들기로 하루아침에 변심하며 ‘강비어천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권력무상과 덧없음을 보지 않았던가. 지나간 권력에 대한 애수(哀愁)마저 느껴야 했다.

그토록 권력 앞에 영원을 맹세할 것 같이 머리를 조아리던 무리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주권력이 바뀐 지 겨우 두 달여가 되어가고 있을 뿐인데 그 많던 충신들과 지지자는 벌써부터 보이지 않아 변심을 해버렸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기자는 지난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인들과 시청 주요보직에서 밀려나 한직으로 옮긴 공무원들과도 일부러 연락을 하고 술자리를 갖곤 한다.

도움을 받기 위함도 아니요. 부탁을 하기 위함도 아니다.  나에겐 현재 권력도 지난 권력도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일 뿐이요. 지난 권력으로 밀려났다고 해서 의리 없이 안면몰수(顔面沒收)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으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지난 시간을 돌이키는 술잔을 기울이며 또 다른 미래에 대해 서로충고와 격려를 교감하는 자리를 갖기 위함이다.

의리란 살아가는데 마땅히 지켜야할 바른 도리를 말한다. 살면서 음지보다는 양지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각박한 현실의 세상에서 정조까지는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의로 의리를 지키고 살아가기를 권해본다.

또 아는가. 지금은 죽은 권력이지만 언젠가 산 권력으로 변할지 모르니 장기적인 포석(布石)으로라도 의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