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관인에 대한 경제적 보수로서 전시(田柴)와 녹봉(祿俸)이 있었다. 관인에 대한 토지와 녹봉의 이중적인 지급은 당, 송의 제도를 수용한 것으로 통일신라시대에 비롯되어 직전(職田)이 폐지되는 조선 명종 때까지 지속되었다.

전시는 관직의 복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 면적의 토지에 대한 수조권(收租權)을 양여하는 것이며 사망하거나 죄를 범하면 회수되었다. 이 토지는 자손들이 다시 관직에 취임하면서 승계 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토지의 지급을 통해 직역(職役)의 대상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국가에서 관인에 대한 경제적 보수로 전시와 녹봉을 설정한 의도는 유사한 점이 많았지만 운영상 다른 점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수혜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전시는 수조권이었고 녹봉은 현물형태였다. 분급대상은 전시과(田柴科)에서는 전현직 관인, 군인, 한인(閑人) 등의 모든 직역대상자를 포함하지만 녹봉은 현직관리만이 해당한다.

그 대상을 관인 층으로 좁혀서 비교하면 경정전시과에서 품관이 해당하는 과등은 제1과에서 제15과에 이르기까지 15과등이지만 녹봉제는 문종 문과반록에서 28과등으로 훨씬 세분되어 있다.

 최고액과 최저액은 전시과의 제1과가 전지(田地) 100결(結)과 시지(柴地) 50결이고 15과는 전지 25결이므로 전지만 따진다면 4배, 전시를 합하면 6배 차이가 있었다. 이에 반해 녹봉제는 문무반록의 최고액은 400석으로 최저액 10석에 비해 40배에 달해 높은 관직일수록 더 많은 녹봉을 받도록 되어있다. 

고려 문종조와 인종조에 각각 제정된 속관에 대한 녹봉액이 규정되어 있다.

지방군현에 파견된 관원으로는 유수사, 목사, 도호부사, 현령 등 군현의 행정 책임자인 외관, 즉 수령 가운데 가장 높은 녹봉을 받은 관원은 경에 파견된 유수사였다. 유수사의 녹봉은 270석으로 정3품 상서(尙書) 관직이 받았던 280석과 비슷한 녹봉을 받았다.

유수사 다음으로 정3품인 목사와 도호부사가 200석의 녹봉을 받았다. 그러나 외관직인 관계로 목사의 녹봉은 종3품의 녹봉 213석보다는 적었다. 목사의 녹봉 200석은 고려 문종 때 종3품인 대장군과 같았다.

현에 파견된 현령의 녹봉이 26석에서 33석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목사의 녹봉은 현령의 녹봉보다 7-9배 많았다.

목에 파견된 장서기 녹봉 40석보다 한 현을 책임지고 있는 현령의 녹봉이 적었다. 시기에 따라 녹봉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정5품 관직인 부사는 120석을 판관은 86석 10두, 사록참군사와 장서기 40석, 그리고 법조는 20석을 각각 지급 받았다.

의사와 문사의 녹봉이 제외되어 있다. 그 이유로서 다음의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의사와 문사는 다른 방식으로 녹봉을 지급 받았기 때문에 ‘외관록조’에 기록되지 않은 경우와 의사와 문사가 이 무렵 속관의 구성에서 탈락하였을 경우이다.

예를 들면 1105년 예종 즉위 년에 3경 8목의 통판(通判)이상과 지주사와 현령 가운데 문과 출신자에게 학사를 맡긴 조치 <高麗史節要> 권7, 睿宗 卽位年 10月制로 인해 의사와 문사의 기능을 다른 속관이나 외관이 겸직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은 현령과 현위가 모두 설치되지 않았으며, 녹봉액도 군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