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장기화 조짐…법정 심판 앞서 유권자 심판부터
6.4지방선거, ‘선택’ 아닌 ‘심판’의 장으로 옮겨가는 양상

뇌물수수, 횡령, 업무상배임 등 나주시청 개청 이래 최대의 게이트 사건
‘나주시 -시행사 - 금융사’ 3자간 부당거래 통해 이루어진 총체적 부실사업
임성훈 나주시장 등 총 17명 기소, 이 가운데 4명은 구속기소

나주시가 추진중인 미래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사건들이 하루를 멀다 않고 연이어 터지면서 오는 지방선거 최대이슈가 되고 있다. 임성훈 시장을 비롯해 나주시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등 14명이 무더기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개발 참여업체와의 민사소송에서 나주시가 패소, 거액을 물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나주시 재정의 화약고가 될 미래산단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적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거쳐 미래산단의 출구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껏 나타난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섯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12년 말부터 1년 반을 끌어온 미래산단 관련 공판이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기나긴 법정공방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

당초 지방선거 안에 최소한 검찰 구형 정도는 예상했으나 기소된 인원만 17명이고, 기소내용도 뇌물수수 및 공모, 공금횡령, 배임 등 내용도 만만찮아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올 1월 재판부 인사이동에 따라 현 재판부가 바뀌면서 심리조차도 더욱 늘어질 전망이어서 검찰 구형마저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기소관계자가 워낙 많고 죄목도 많아 법정다툼이 길어졌고, 월 2회 심리를 꾸준히 지속하겠다던 재판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성훈 시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까지 연루되어 증인채택 및 심문만 해도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한다.

결국 미래산단 비리사건은 법정이 아닌 유권자들의 심판부터 먼저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유권자의 의지로 ‘선택’이 아닌 ‘심판’의 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산단 의혹과 관련해 너무 과민반응 한다는 반론도 제기할 순 있지만 나주시청 개청 이래 최대의 게이트라 할 수 있는 뇌물수수, 횡령,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을 시민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비리 전모를 거듭 밝힌다. 지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광주지방검찰청 수사결과 보도 자료를 근거로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자격사업자에게 특혜 지원

미래산단 비리사건은 나주시장이 ‘미래산단’ 사업 시행사로 특정 업체를 선정하고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인수케 한 점, 사업 시행사에게 3.5%에 해당하는 과도한 수수료(77억 원)를 지급한 점, 사업 시행 과정의 배임수재, 횡령 등 의혹 제기에서 수사를 착수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임성훈 나주시장이 관여한 ‘책임분양 합의’를 통해 사실상 나주시가 법적인 상환채무를 부담하게 된 점, 당시 시의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점, ‘미래산단’ 외에 ‘남평·신도산단’ 사업에도 마찬가지의 문제점 있는 점 등을 확인하여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결과, “미래산단은 민간투자사업의 외형을 가장한 것으로 실질은 지자체가 모든 책임을 부담하고 자금을 조달하여 민간사업자에게 지자체 자금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관계(官界) -시행사 - 금융사’ 3자간 부당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총체적 부실 사업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3년 2월28일 광주지방검찰청은 나주시의 ‘미래일반산업단지’, ‘남평·신도산업단지’ 조성사업 관련 비리를 수사하여 임성훈 나주시장을 비롯한 나주시 전·현직 공무원 6명과 시행사·시공사·금융기관 등 관련 사업체 임직원 11명 등 총 17명을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고 다음과 같은 수사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광주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나주시의 산업단지 조성사업 과정에서의 비리를 수사하여 임성훈 나주시장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30억 원을 담보 없이 빌려 쓰게 한 혐의를 밝혀내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나주시는 시의회 의결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2,500억 원의 거액을 금융기관에서 차용한 후 이자 등을 공제한 실 차용금 2,058억 원을 산업단지 조성사업 관련 2개 회사에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여 특혜 지원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6급 공무원 1명이 무려 2억3천여만 원이라는 거액을 뇌물로 받았고, 전직 부시장, 기업지원실장, 투자유치팀장 등 5명의 나주시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허위공문서 작성, 횡령, 배임 등 다양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었다.

나주시로부터 위와 같은 특혜를 받은 2개의 기업은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산업단지 개발사업자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무자격 사업자였을 뿐만 아니라, 위 사업추진 과정에서 위와 같은 뇌물공여는 물론, 거액의 회사 자금 횡령, 건설업 면허 대여, 대출관련 금품 수수, 시공업자 선정 관련 리베이트 수수, 공문서위조 등 다양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횡령, 배임 등 각종 비리로 인하여 미래산업단지 사업비 중 100억 원 이상이 부당하게 유출되었으며 2,000억 원의 거액을 투입한 미래산단의 경우는 사업기한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률이 약 6.5%, 분양률이 5%에 불과 하는 등 정상적인 추진이 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년의 사업기간 만기가 2013. 5. 31.로 임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 발표 당시 총사업비 2,000억 원 중 약 800억 원이 전혀 사용되지도 않고 있으면서 연리 6.5%의 이자만 지급되었던 사실이 밝혀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투자 사업이 신중한 사업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는 시 공무원과 사업자가 특혜 지원과 뇌물수수라는 전형적인 부패 구조로 얽혀 불법적이고 무리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시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임성훈 나주시장 등 총 17명을 기소하였고 그 중 4명은 구속기소한 것이다.

임성훈 시장 4대 비리 혐의

이 가운데 검찰이 임성훈 시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4가지이다.

첫째, 사업자금 2,058억 원에 관한 배임 [특경법위반] 혐의다. 2011. 3~6. 시의회 의결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책임분양 합의’를 통해 대출 원금 2,500억 원에 대한 상환 책임을 부담하여 조달한 후 민간사업자들에게 아무런 계약·담보 없이 총 2,058억 원을 부당 지원했다.

둘째, 금융수수료 77억 원에 관한 배임 [특경법위반] 혐의다. 2011. 6. 미래산단 자금으로 나주시가 조달한 2,000억 원은 A사 대표 ㄱ씨에게 조달책임이 있는 것을 나주시가 대신 조달해 준 것임에도 ㄱ씨 측에 77억 원을 금융수수료 명목으로 부당 지급했다.

셋째, 분양대금 32억 원에 관한 횡령 [특경법위반] 혐의다. 2012. 6. 미래산단 구역 중 일부를 분양받은 H사로부터 분양대금 87억 원을 교부받아 보관 중 32억 원을 H사에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임의 교부했다.

분양대금은 분양수입금 계좌에 입금, 보관하여 사업자금 상환 용도로 사용해야 됨에도, 분양대금 납부 시 일부를 돌려준다는 식으로 광고, 분양실적제고 후 바로 대금을 인출하여 전용함으로써 산단사업 부실화를 초래했다.

실례로 서울에서 유무선 디지털 통신기기 제조업을 하는 H사는 2012. 6. 미래산단 구역 중 일부를 109억 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금 10억 9,000만 원은 시공사 D사로부터 빌려서 납부했다.

그 후 나주시에서는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시 소유인 분양 대상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여 주고 H사가 76억 원을 대출받아 중도금으로 납부함으로써 총 86억 9,000만 원을 납부하게 됐다.

그런데 그 중 32억 원을 H사가 나주시로부터 되돌려 받은 후 시공사 D사로부터 차용한 10억 9,000만 원을 갚고, 나머지 약 20억 원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H사는 나주시의 묵인하에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분양계약을 체결하여 오히려 거액의 운영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수사결과 당시 미래산단 분양율은 5%에 불과하고, H사를 포함 총 2개사만 분양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총 90억 7,000만 원이 입금되었으나 그 중 32억 원이 이같이 빠져나감으로써 당시 분양대금은 58억 원만 남은 상태였다.

임 시장 부인, 사채 30억 무담보 차용

넷째, 민간사업자로부터 무담보·저리의 거액 차용에 따른 재산상 이익으로 제3자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2012. 1. 미래산단 시행 A사 대표 ㄱ씨가 자금 조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자격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계약·담보 없이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특혜 제공한 대가로 30억 원을 무담보로 연 5% 저리로 1차 차용했다.

임성훈 시장 처가 운영하는 E사가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30억 원으로 인수케 하는 방식으로 무담보 차용했다.

E사는 임 시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시장 당선 직후 처가 대표이사직을 승계한 회사로 2011년 기준 매출액 61억 원, 순손실 3억 7,000만 원이고, 신용등급 CCC+(6~7등급)으로 위 조건으로 30억 원 무담보 차용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이 검찰측 주장이다.

제2차 차용은 2012. 7. 신주인수권부 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ㄱ씨로부터 20억 원을 E사가 또다시 수수했다. 즉 ㄱ씨의 돈을 받아 ㄱ씨의 돈을 갚은 셈이다. 이 같이 차용한 20억 원은 ㄱ씨가 시공업자(ㅈ씨. D사 대표)로부터 속칭 ‘리베이트’로 받아서 보관하던 금액 22억 원 중 일부라는 것이 검찰측의 설명 다.

2차 차용행위를 할 당시 뇌물수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정상적인 거래상 보증금으로 회사에 입금된 것처럼 가장했다. A사(ㄱ씨 운영)가 L사에게 20억 원을 빌려주고 L사가 20억 원을 E사에 보증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거래관계를 위장했다. L사는 임 시장측이 운영하는 E사의 모니터 등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으로, ㄱ씨측의 A사로부터 20억 원을 L사가 차용 후 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가장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미래산단 비리 전모를 재확인하면서 재판 결과에 앞서 ‘염불보다 잿밥’에 치우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자리 창출과 산단개발이라는 화려한 메이크업 뒤에는 악취가 물씬 풍기는 ‘횡령과 뇌물수수 그리고 업무상배임’이라는 주홍글씨가 도배되어 있다.

임 시장에 대한 홍보효과는 물론 ‘플러스알파’까지, ‘꿩 먹고 알 먹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재정파탄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눈앞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잘살아 보자던 산단개발이 지역발전의 퇴보는 말할 것도 없고 나주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 위에 올라앉을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사업추진으로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면 그 책임도 반드시 자신이 지는 책임행정 풍토가 이 땅에 정착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막대한 손해가 지역주민의 짐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함에도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시장은 떠나면 그만이다. 모두 우리 몫이다.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