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억 민사소송 패소, 무능행정 민선5기 책임
재판부 판결문, 민선5기 추인으로 유효하게 효력 발생 판시
선거 악재 우려해 민선4기 책임 떠넘기기로 사건 본질 호도
2000억 빚보증에 민사소송 패소까지 지방선거 심판론 대두

나주시가 추진중인 미래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사건들이 하루를 멀다 않고 연이어 터지면서 오는 지방선거 최대이슈가 되고 있다. 임성훈 시장을 비롯해 나주시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등 14명이 무더기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개발 참여업체와의 민사소송에서 나주시가 패소, 거액을 물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나주시 재정의 화약고가 될 미래산단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적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거쳐 미래산단의 출구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껏 나타난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섯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래산단 부정비리 사건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다.

시장 후보자들부터 시의원 후보자들까지 경쟁적으로 미래산단 부정비리를 심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주시 전체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000억원의 예산이 민선5기에 빚보증으로 쓰인데 대해 후보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나주시가 미래산단 조성사업과 관련된 민사 소송에서 패소, 74억여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이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최근 특수목적법인(SPC) 미래산단개발이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서 "나주시는 원고에게 74억4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측의 합의각서 체결은 나주시의 추인이 있어 유효했다"며 "나주시는 합의각서에서 주기로 약정한 투자비 보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산단개발은 4개사가 출자해 설립한 SPC로 2007년 10월 전남도와 미래산단 조성사업 민간투자 이행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는 이듬해 8월 나주시에 전남도의 미래산단 지정·고시를 위해 먼저 투자한 용역비 89억7천여만원 가운데 22억4천여만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는 15억6천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이후 국내외 경기침체로 사업지속이 어렵게 되자 양측은 2010년 3월 협정을 해지하기로 하고 시는 SPC에 용역비 중 보조금을 제외한 74억1천여만원과 별도의 타당성 검토 용역비 3천만원을 주기로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2012년과 지난해 나주시는 합의각서 이행을 약속하는 공문을 업체측에 보냈다.

그러나 시는 약정한 돈을 주지 않았고 SPC는 소송을 냈다.

나주시는 재판과정에서 당시 합의각서는 자치단체에 부담을 주는 계약인데도 시 의회 의결도 없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임 공방, 판결문에 해답있다

나주시의 이 주장은 스스로가 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부당한 행정을 했음을 자인하면서도 민선 4기때 이뤄진 행정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전직 시장과 시장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신정훈 전 시장 등은 이에 대해 의회 동의도 받지 않는 이행각서에 대해 추인을 해준 임성훈 시장이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정훈 전 시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나주시의 74억 민사소송 패소는 현 임성훈 시장체제에서 무능행정이 벌인 일이라며, 일부에서 마치 전임시장 때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성명서는 “일부 언론에서 민선4기에 진행된 미래산단 추진과정을 언급하며, 당시 시장으로 재직하던 저나 이광형 부시장의 잘못된 행정이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며 74억 패소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시장은 성명서를 통해 “당시에 추진했던 미래산단 사업은 투자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거래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하여 투자하는 순수 민간책임투자사업이기 때문에 나주시가 사실상 채무자인 현재의 미래산단 방식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번 나주시의 74억 패소 책임은 판결문에 그 해답이 있다.

판결문에는 합의각서 체결행위는 이후 나주시의 추인으로 유효하게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홍경섭 부시장 권한대행 당시 맺었던 협정서는 의회동의 등을 거치지 않아 무효성격이 강했으나, 이후 나주시가 2012년도에 회사측에 보낸 통보나 공문이 추인으로써 유효하게 효력을 발생시켰다고 재판부는 본 셈이다.

결국 판결문의 요지는 민선5기 나주시가 회사측에 보낸 통보와 공문이 패소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2010년도 합의각서 내용과 2012년도 나주시가 회사측에 보낸 통보 및 공문내용을 살펴보자.

2010년 3월 18일: 원고(서희건설 등)는 민간투자 이행협정서 제10조(해지)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나주시)와 투자비 보전과 원고 등의 투자 포기를 조건으로 미래산단 조성사업 합의이행각서를 체결했다.

▲ 미래산단과 관련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정찬걸, 홍철식, 임연화, 문성기, 김덕중 시의원(왼쪽부터)

민선5기, 통보와 공문으로 책임 명확히

합의각서는 나주시가 회사측에게 보전대책을 강구해야 할 투자비 미래산단 지정 및 실시설계 용역비 중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7,416,000,000원, 나주시 SPC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비 30,000,000원으로 하되, 본 항에 명시된 투자비에 대한 지급시기는 공공개발 또는 민간개발 등 개발방법과 관계없이 미래산단 토지 등의 보상금 지급 시점보다 우선하여 본 항의 투자비를 회사측에게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2011년 10월 17일 : 나주시는 이번 소송의 원고인 회사측에 그 동안 중단되었던 미래산단 조성사업을 축소하여 재추진하고자 하니 설계변경을 위해 나주미래산단 기본 및 실시설계 관련 자료를 주식회사 동아기술공사에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1년 10월 24일 : 회사측에서 나주시에 미래산단 기본 및 실시설계 자료를 제출했다.

2012년 10월 11일 : 나주시는 이 사건 합의각서를 체결한 서희건설 등 회사에 대하여 2012년 12월 10일까지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미래산단 지정 및 실시설계 용역비 7,416,600,000원 및 나주시 SPC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비 30,000,000원을 이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임성훈 시장체제에서 사실상 책임진다는 통보를 회사측에 공식화한 공문이다.

2013년 1월 8일 : 회사측은 나주시가 합의각서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나주시에 이행하기로 합의한 7,466,000,000원을 원고의 계좌로 지급하여 달라고 촉구했다.

2013년 2월 8일 : 나주시는 “이 사건 합의각서의 이행은 사업시행자 변경 등의 추진으로 당장 처리가 어렵고 최선을 다해 현재의 민간투자사와 집행시기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니 이해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사실상 임성훈 시장 체제에서 회사측에게 74억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한 셈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심리한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에는 2014년 3월 13일 변론종결을 선언하고 2014년 3월 27일 나주시에게 74억을 회사측에게 지불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문은 피고(나주시)는 원고(서희건설 등)에게 7,446,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년 1월 19일부터 2013년 6월 1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한 소송비용도 피고(나주시)가 부담하고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렇듯 판결문을 보면 서희건설 측에서 소송한 74억에 대한 책임은 민선5기 나주시가 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민선5기 임성훈 시장 체제에서 당시에 원고측이 설계했던 내용을 넘겨받았으며, 이후에도 통보와 공문을 통해 나주시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책임 공방, 사건 본질 왜곡시키려는 의도

나주시가 74억을 부담하겠다는 합의각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합의각서는 2010년 3월18일 홍경섭 시장대행이 체결했다. 이미 모든 나주시정에서 손을 놓은 상태였던 신정훈, 이광형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황당하다.

민선4기와 민선5기의 미래산단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민선4기의 미래산단 사업은 철저한 민간자본 사업이었으나 민선5기의 미래산단 사업은 시민의 세금을 투입한 사업으로 민간출자사업이 나주시 책임보증 사업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사업방식의 핵심적 차이를 알려야 하는데, 선조 임금때 일어난 임진왜란의 책임을 세종대왕에게 묻는 방식으로 엉뚱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홍경섭 부시장의 합의각서는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서 원천무효인 계약이었으나 임성훈 시장이 2010년 7월 1일 취임한 이후, 미래산단 사업의 위험부담을 시민의 세금으로 감당하도록 한 것이 잘못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나주시)는 적어도 조례 897호 시행 당시 이 사건 합의각서가 지방의회의 의결이 없어 무효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위 조례시행 후 2012. 10. 11.자 통보 및 2013. 2. 8.자 회신을 통해 무효였던 이 사건 합의각서의 효력이 자신에게 유효하게 귀속되도록 승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을 판시하고 있다.

특히 법원은 임성훈 시장의 민선5기가 2011년 6월 1일자로 통과시킨 조례 897호가 중요 열쇠였다고 지적했다. 조례 897호에 “민간투자 사업을 지원하도록 약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었으며, 더욱이 '나주시 투자촉진 조례 시행규칙'까지 제정한 점도 패소이유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오히려 민간투자방식을 유지했던 신정훈, 이광형은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재판부가 명백히 해준 것이다.

판결문을 반대 취지로 호도하는 것은 여론을 고의로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소송 패소책임이 오는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