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의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낙낙함’ 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만 헤아려 보면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적은 있어도 마음이 넉넉하지 않은 추석은 없었으니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으면 여러 신문이 주로 재래시장 사진을 실은 뒤‘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단다.

눈에 많이 익은 사진이요, 외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설명이다.

그런데 흔히들 쓰는 ‘제수용품’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생활용품’, ‘피서용품’이 ‘생활’,‘피서’에 필요한‘용품’을 가리키는데, ‘제수(祭需)’라면 이미 제사에 쓰는 여러 가지 ‘재료’나 ‘제물(祭物)’을 가리키므로 ‘용품’은 필요 없는 군더더기 말인 것. 굳이 ‘용품’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면 ‘제사용품’쯤은 허용이 될까?

한데, 추석을 앞두고는 ‘제수’도 별로 매끄럽지 않다.

절기나 명절에 지내는 제사는 특별히 ‘차례’라고 부르므로 ‘차례용품’으로 부르는 게 어떨까.

차례도 제사의 한 종류라지만 특정한 조상이나 그 배우자만을 모시는 제사에 비해 차례는 여러 조상을 모시고, 제사는 밤에 지내고 차례는 낮(아침)에 지내는 등 여러모로 차이가 있으므로 구별해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