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되는 욕이 있겠나 싶지만, 몇 년 만에 만나 부둥켜안은 친구들끼리라면 왠지 괜찮을 것도 같다. 이때 나오는 "야! 인마('이놈아'의 준말)." 같은 욕이야 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맛깔스러운 말이 아닐까. '짐승항렬'이라는 욕은 또 어떤가. "사람이라면 저럴 수가 없지!" 하는 말을 이렇게 점잖게 할 수 있다니, 욕이라기보다는 무슨 잘 빚은 도자기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정당의 당무회의장이 한때 욕설 대회장 같았다고 한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욕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서 하는 욕이 아니라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욕이라서 듣기 거북한 것이다. 더군다나 '호로자식' 같은 욕설은 악의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어서 내뱉을 말이 아니다.

'호로자식'은 굳이 쓰겠다면, '호노자식胡奴子息'이나 '호래자식', 혹은 '호래아들'로 써야 한다. '호노자식'은 '오랑캐 놈의 자식'으로 해석이 되고, '호래자식'이나 '호래아들'은 '홀+의+자식(아들)'으로 분석되므로 '홀아버지나 홀어머니 아래서 큰 자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이 '호로자식'이라는 욕은 욕설 그 자체로도 잘못이요, 표기마저 틀린 데다, 편부모 아래서 자란 자식은 버릇없고 못됐다는 편견까지 가지고 있는 아주 잘못된 욕인 셈이다.

비록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욕쟁이 할머니의 욕처럼, 들으면 되레 음식 맛에 대해 믿음이 가게 하는 그런 푸근한 욕을 할 수는 없었을까.

그렇다고 '호노자식'이나 '호래자식(아들)'을 많이 쓰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들 없으시길….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