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16년 6월 11일. 의정부에서 흉년으로 나주와 함평에서 떠도는 백성들을 위해 조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돈으로 대납할 수 있도록 청하는 계를 올렸다. 나주목사 오달선(吳達善)과 함평현감 윤영선(尹永善)이 전라감사에게 첩정(牒呈)을 올리자 전라감사가 다시 의정부에 보고하였다.

"기근과 염병을 만나 인구가 감소하고 땅이 묵은 것이 부안이나 영광에 못지 않으나 동일하게 보아주는 은혜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모두 3년 동안의 조세를 내라고 독촉한다면 결국에는 백성이 없어지고 고을이 없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오달선과 윤영선은 병자년에 부안과 영광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조정에서 지금의 재난재해지구로 선정한 것처럼 나주와 함평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극심한 흉년이 들자 나주목에서 떠도는 백성들이 물어야할 조세 쌀이 6,814섬이었으며, 함평군은 2,913섬에 달했다. 이에 오달선은 조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이를 돈으로 대납하되, 특별히 5년 동안 나누어 바쳐달라고 간청하였다.

오 목사는 3년 동안 조세를 내라고 독촉한다면 결국에는 형편이 어려운 백성들이 고을 떠나 고을도 없어질 수 있다며 백성의 편에서 첩정을 올렸다.

 그러나 의정부에서 "예전의 세금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으니, 새로운 세금을 어기게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다만, 백성이 물어야할 조세를 절반으로 줄여 돈으로 대납하는 것은 허락하지만 나누어 바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거절하였다.

 이처럼 오달선은 흉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의 생계를 걱정해 무리해서 조세를 거둬들이지 않아 선혜청으로 올릴 세금이 많이 미수되었다. 마침내 두 달 후 선혜청에서 정공 미수액이 가장 많은 나주목사 오달선을 중벌로 다스리기를 청하는 계를 올렸다.

"정공(正供)은 중요한 것이라서 자연 기한을 넘겨서는 안 되는데 근래에는 해이해져 해를 넘기도록 지체하여 비축이 부족해서 지출이 군색하기에 이르렀으니, 법과 기강이 있는 이상 어찌 이것을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각 고을의 미수분(未收分)에 대한 성책과 본청의 장부를 가져다 하나하나 샅샅이 조사하였습니다."

선혜청 조사 결과, 나주목사 오달선과 전 목사 김선근, 함평현감 윤영선 등 20여 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백성의 편에 섰던 오달선과 윤영선 등을 파직시킨 후 잡아 와야한다고 선혜청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그러나 고종은 "마땅히 처분이 있을 것이다"면서 잠시 처분을 뒤로 미뤘다. 다급해진 오 목사는 8개월 동안 미수된 조세를 거둬 파직을 모면했다.

그 해 8월 임기만료가 가까워지자 전라 감사 심이택(沈履澤)이 장계를 올려 오 목사의 임기를 연장시켜달라고 이조에 청하였다.

"전라 감사 심이택의 장계를 보건데, 나주목사 오달선은 폐단이 쌓여있던 큰 고을에서 3년 동안 정성을 다하여 포흠(逋欠, 모자란 세금)한 공금을 보충하는 데에 방도가 있었고, 세곡(稅穀)을 나르는 배를 기일 안에 댔으며, 흩어졌던 백성들을 다시 모아들여서 온 경내가 안정되었습니다.

청렴함과 명철함이 믿음을 주어 관리들은 두려워 복종하고 백성들은 마음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임기가 다 되어 백성들이 모두 다 유임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뛰어난 실적이 이와 같으니, 특별히 잉임(仍任)시키도록 허락할 일을 해조로 하여금 여쭈어 처리하게 하소서."

 이조에서 계목을 올린 지 6일 뒤에 '나주목사 오달선을 한 임기 동안 연장하라'는 인사가 있었다. 1년 동안 또 다시 목사직을 수행한 오 목사는 1881년 6월 20일. 2년 4개월 동안 나주목사 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경주 부윤(府尹)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년 이상 지방관으로 일하면서 백성과 아픔 함께

 홍주목사로 있던 오달선이 1878년 2월 갑자기 나주목사로 제수된 배경에는 나주목사 김선근(金善根)의 병 때문이다. 나주목사로 일하던 중 몸이 약해진 김선근이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가 잠시 쉬게되었다.

그러나 병이 더욱 악화되자 하인을 보내 '신병이 갑자기 중해져서 관직에 복귀할 가망이 전혀 없다'며 잠시 쉬겠다는 입장을 이조에 전달했다. 김선근의 병세를 접한 이조에서 현직에서 파직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종의 생각은 달랐다.

"김선근은 경연에서 대신이 선정을 베푼 수령이다. 홍주목사 오달선과 특별히 보직을 바꾸어 주도록 하여라"

 병세가 위중한 김선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고향과 가까운 홍주목으로 김선근을 보내고 오달선을 나주목사로 맞바꾸게 하였다. 고종의 전교가 떨어지자 이조에서 '해유(解由, 관리가 교체될 때 작성하는 인수인계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고종은 '해유'에 구애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해유는 조선시대 관리가 교체될 때 작성하는 인수인계서로 '해'는 임기가 만료되어 그 직책에서 해제된다는 뜻이며, '유'는 임기중의 업무에 대한 평가를 거쳤다는 뜻이다. 즉 해유는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면서 재임했던 동안 출납과 보관하던 물품 등의 회계가 정확함을 인정받고 책임을 면제받는 것이었다.

따라서 해유를 마치지 못한 관리는 전보될 수 없고, 혹시 특명으로 전보되어도 녹봉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수령의 경우 해유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려, 수령이임이 지체되는 폐단이 있었으므로 형식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주목사로 제수된 뒤 2개월도 안 돼 의금부에서 서리와 나장을 파견하여 오달선을 잡아들여야 한다고 조정에 계를 올렸다. 홍주목사로 있을 때 암행어사가의 논계가 이조에 올라가 의금부에서 그를 잡아들이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오달선은 쌀값을 높게 잡은 것이 비록 잘못된 전례를 답습한 것이라고 하지만 체임되던 때에 애당초 봉납한 바가 없습니다.

진영의 장교를 매질하여 옮겨 가둔 문제는 암행어사의 관문을 받고 거행한 것이라는 원사의 행매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암행어사의 논계에 오른 이상 완전히 용서하기는 어렵습니다."

암행어사의 논계로 의금부에서 오달선을 잡아들이려 하던 중 이최응이 나섰다.

"현재는 세정(稅政)이 복잡하여 직임을 비우는 것이 염려되니 우선 죄가 정해질 때까지 그대로 거행하게 하고, 일이 끝난 뒤에 잡아 처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최응의 의견이 받아들여 오달선은 6개월 뒤 1879년 1월 의금부로 끌려가 옥에 갇히게 됐다.

이최응의 배려가 오히려 오달선을 추운 겨울에 옥에 갇히게 만들었다. 추운 옥에서 지낸 탓에 평소 앓고 있던 산증(疝症, 아랫배와 불알에 탈이 생겨 붓고 아픈 증상)이 다시 발병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었다.

 죄인의 병세가 악화될 경우 경국대전에 '한편으로는 보방하고 한편으로는 초기한다'는 내용이 법전에 기재되어 있다. 산증으로 병이 악화된 오달선은 옥에서 나와 몸을 추슬렀지만 10일이 지나도 병세에 차도가 없었다. 이에 따라 의금부에서 죄에 대해 조율할 것을 청하는 계목을 올렸다.

"암행어사의 논계에 오른 이상 완전히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죄가 태 오십은 수속(收贖, 재물로 바치라는 뜻)하고 현재의 직임을 해임한 뒤 다른 관직에 별도 서용하는 데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고종은 의금부의 조율을 윤허하면서 공(攻)과 의(議)로 각각 1등씩 감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곧바로 나주목사직은 그대로 유임하도록 명한 뒤 나주로 내려보냈다.

 오달선은 나주목사로 오기전 보성군수로 재임하면서도 보성 백성들이 잉임하도록 간청해 그가 부임하는 곳마다 잉임을 청하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라 감사 이호준이 올린 장계를 통해 백성에 대한 오달선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 수 있다.

"보성군수 오달선은 4년 동안 수령으로서 다스림을 잘하여 아전들을 복종하고 백성들이 흠모하여, 공사 간에 특별히 지출된 것을 호(戶)와 결(結)에 나누어 거두었습니다.

자신의 녹봉을 덜어 내 폐단을 바로잡았는데 이로인해 지출된 돈이 5,000여 냥이나 됩니다.
지금 이미 임기가 찼는데, 백성들이 그가 떠나는 것을 애석하게 여기니, 특별히 잉임시키도록 해조로 하여금 품지(稟旨)하게 하소서"

 이후 남원부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남원향교가 화재로 명륜당이 소실되었다. 이때도 오달선은 유림대표들로부터 총 3,755냥을 모금하여 명륜당을 다시 신축했다. 남원향교 대성전은 그로부터 16년 후 1892년. 마지막 나주목사로 부임한 민종렬 부사가 중수하였다.  

 오달선은 보성군수를 거쳐 장흥부사, 충주목사, 남원부사, 홍주목사, 그리고 나주목사를 거쳐 경주부윤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 지방관으로 백성과 아픔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