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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세상 떠나 복수 못해
신녀 벼리하가 여미을에게 "사라졌던 '삼족오(三足烏, 세발 까마귀)'가 다시 보인다"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주몽이 살아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주몽을 마치 삼족오와 동일시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까마귀보다 강한 매와 독수리도 있는데 하필 까마귀를 신성시해 주몽과 연관시키는 이유를 잠시 살펴보자.
중국 한(漢)나라 이후 회화(繪畵)에 월상(月像)과 일상(日像)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동그랗게 해와 달을 그리다보니 둘 사이의 구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달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동그라미 속에 토끼 또는 두꺼비를 그려 넣었고, 해를 나타내는 동그라미에는 까마귀를 그렸다.
이를 통해 까마귀는 태양을 상징하는 새로 한나라 이후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연유에서 '주몽' 제작진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을 태양으로
상징하는 삼족오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방영된 '주몽'드라마에서 금와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이에 드디어 대소가 권력을 장악, 향후 금와와 대소 간에 황제 자리를 둘러싼
암투와 음모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주몽 또한 마리, 협보, 오이와 함께 졸본으로 내려가 비류수 가에 고구려를 세우고 대소, 또는 한나라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몽과 대소 사이에 전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동명성왕(주몽) 14년 8월까지 금와가 부여 왕으로 있어 고구려와 부여가 적대적이기보다는 우호적인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 금와와 대소에 대한 기록이 중국측 사료와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우리측 사료에도 전혀 기록이 없어 그가 언제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유리왕 14년 봄에서야 대소가 부여 왕으로 처음 등장한다. 다시말해 18년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동명성왕 19년 4월에 '예씨부인과
유리가 부여를 도망해 왔다'는 삼국사기 기사를 통해 이 시점을 전후로 금와가 죽고 왕위를 대소가 물려받았을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지만 5개월
후 주몽이 죽는다.
동명성왕 14년 이후 유리왕 14년까지 20년 가까이 금와와 대소에 대한 기록이 없는 관계로 대소를 향한 복수의 칼을 꺼내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금와가 부여 왕으로 동명성왕 14년까지 등장하고 있는 점을 미뤄 금와가 갑자기 죽지 않은 이상 주몽보다 오래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쉽게도 주몽이 왕위에 오른 지 19년 9월.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시조 동명성왕편에 보면 주몽이 세운 고구려가 신생국가였지만 군사력을 증대해 정복전쟁에 나선다. 주몽이 19년 동안
왕위에 올라 두 차례의 정복전쟁을 치르게 된다.
동명성왕 6년 10월에 오이와 부분노를 시켜 태백산 동남쪽의 행인국, 드라마에서 소금이 있는 산으로 그려진 행인국을, 10년 11월에는
북옥저를 정벌한다. 이처럼 주몽은 고구려를 세운 뒤 군사력을 키워 정벌전쟁에 나섰다. 그러나 부여와는 단 한차례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부여의 군사력이 강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금와가 여전히 부여 왕으로 건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수의 날만 기다리고
칼을 갈았던 주몽은 금와가 너무 오래 살아 대소에게 복수를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소 주몽 손자에게 사살, 부여 쇠락의 길로
오히려 대소가 부여 왕으로 오른 뒤 고구려를 침범하고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유리왕 14년에 처음
부여 왕으로 등장한 대소는 사신을 보내 볼모를 교환할 것을 청하였다. 유리왕의 아들 태자 도절이 부여에 가는 것이 두려워 이를 거절하자 대소는
군사 5만명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범해왔다.
다행이 폭설이 내려 부여군이 되돌아갔다. 이후 붉은 까마귀를 보내고 사신을 보내 유리왕을 꾸짖는가 하면 호시탐탐 군사를 보내 고구려를
정벌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침내 대무신왕 5년 2월, 주몽의 손자가 부여를 공격해 대소의 목을 베었다. 주몽이 죽은 뒤 41년만에 손자가 복수를 한 것이다. 여기서
대소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주몽과 동갑이라 해도 80세가 넘는 나이다. 아마 대소는 주몽보다 3-4살 위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84-5살의
노령의 나이로 전장에 나와 진두지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대소가 죽자 그의 아우, 금와의 막내아들이 부여 백성 백여 명을 데리고 갈사수 가로
이동해 갈사왕이 되었다. 대소가 죽고 막내 동생까지 떠나자 부여는 대혼란에 빠졌다.
전쟁이 끝난 3개월 뒤 대소의 사촌 동생이 부여 백성들에게 "우리 선왕께서 돌아가시고 나라는 멸망해 백성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졌다. 왕의
아우는 달아나 숨어 갈사에 도읍하였다. 나 또한 어질지 못해 나라를 부흥시킬 수 없다"며 1만여 명과 함께 고구려로 가서 항복하였다.
대무신왕은 그를 왕으로 봉해 연나부(椽那部)에 안치하고, 그에 등에 얽힌 무늬가 있다 하여 낙(絡)씨 성을 내려주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5년)
대소의 죽음으로 부여는 풍지박산이 나고 말았고, 고구려에 예속되는 쇠락의 길을 걸어야했다. 대소의 죽음은 곧 강성한 부여의 몰락과
직결되었다. 주몽이 대소에게 직접적인 복수는 못했지만 그의 손자가 대소를 죽이고 부여를 고구려에 예속시켜 주몽의 한을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