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할메식당에서 고래를 먹는다
잘리고 토막 나고 삶아진 바다가 고요하다
모래 한 알의 침묵으로 가라앉다가
찰랑대는 바다를 토해내며
바다로 돌아간 한 사내를 생각했다

혼돈의 시간에 바다에서 뭍으로 떠난 사내가 있었다
산 설고 물 선 만리타향은 매몰찬 가시뿐이었다
안개 속을 걸어간 길에서
다리가 돋아나고 팔이 분화될 때
마디마디 뒤틀리던 고통과 환희를
그는 어느 만년쯤에 수구초심의 후회를 했을까
어쩌면 낯선 요철에 발목을 삘 때마다
거칠데 없던 고향의 순한 인정을 떠올렸으리라

돌아간 영혼은 나락의 공포를 허우적거렸다
손과 발이 태초의 형상을 기억해내자
지워졌던 지느러미가 돌아오고
그는 다시 원형의 바다로 출렁거렸다
몸을 한 번 접었다 펴면
북극에서 남극까지,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그를 받아내던 탯줄 같은 해류를 유영하면서
비로소 자유를 얻은 그 사내처럼
영혼을 바다에 맡기자 몸이 떠올랐다
물침대처럼 바다가 나를 안았다
그제야 기억 속의 기억이 돌아왔다
양수에 떠서 손가락을 빨며 옹알이하는 내가 보였다

제 동족을 먹으며 일체감을 느낀다는
식인관습의 어느 원시부족처럼
고래를 먹으며 나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