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매일 당부도 허사, 새벽에 쓰레기 수거하느라 구슬땀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열대야를 피해 금성산 한수제를 찾는 시민이 1일 평균 500여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인해 한수제가 신음하고 있다.

밤 9시가 넘는 시간에 찾아간 한수제의 풍경은 그야말로 더위를 잊기 위한 휴식처로 안성맞춤이었다. 금성산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우리에게 친숙한 꾀꼬리를 연상케 하는 '창'이 구슬지게 흘러나오고, 공원 벤치에는 젊은 연인들과 가족단위 시민들로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다.

▲ 한수제를 찾는 시민들 가운데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인한 쓰레기로 한수제가 신음하고 있다.

한수제 둑으로 발길을 돌리자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삼삼오오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 곳이 10여 군데가 넘었다. 술이 3-4순배 돌아가자 잡다한 이야기들이 술술 나왔다. 이런 와중에도 제방 둑 잔디에 누워 하모니카를 불어 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가족단위 시민들이 가져온 과일과 음식물을 나눠 먹는 풍경이 마치 한가로운 전원을 연상케 했다.

저녁 시간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관계로 아예 아이스크림과 냉커피를 파는 잡상인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안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는 한수제가 일부 몰지식한 시민 때문에 다음날 아침 몸살을 앓고 있다.

다음날 아침. 저녁에 버리고 간 음식물과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동사무소와 시청에서 매일 새벽 5시경에 수거한 쓰레기만 100리터 봉지로 6-7봉지나 된다. 한수제 제방에 '가져온 쓰레기를 담아갑시다'라는 문구의 팻말이 세워져 있어도 매일 나오는 쓰레기는 줄지 않고 있다.  

제방에 설치된 벤치주변에는 시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일반쓰레기부터 술병, 과일 껍데기, 심지어는 삼겹살까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처럼 행정당국에서 매일 새벽 구슬땀을 흘리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시민정신이 실종된 이상 쓰레기 무단투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저녁 뉴스가 끝나는 시간이면 항상 한수제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가져온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가져가기 바란다'는 당부를 해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