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충신의 표본으로 알려진 포은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가 자식들의 훈육을 위해 지었다는 시조가 불연 듯 생각난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시조를 읊다보면 강인한 선비정신이 떠오르곤 한다.

▲ 김민주기자

하지만 오늘 필자는 이 시조를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 오지마라’로 조금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바꿔봤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다.

다만 내가 모르는 게 있듯이 누군가가 모르는 것을 내가 조금 알고 있거나 잠시 잊고 있거나 알아야할 것들을 내가 조금 먼저 알고 말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낀 나머지 그 부족함을 가려볼 생각으로 잘났나고 느껴지는 사람을 자신이 아닌 특정 매체 등의 힘을 빌려 지르밟고 잘나 보이려는 비겁이야말로 스스로를 비하하고 무시를 불러들이는 자격지심의 발로일 뿐이다.

반상의 질서를 운운하며 자기가 백로라 주장하고 울타리를 쳐 편을 가르는 것은 자칭 지식인이라 우쭐대며 타인을 비방하는 태도와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최근 소셜네트워킹 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문장의 글을 보고 이렇듯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 오지마라’라는 문장을 생각해냈다.

얼마 전 필자는 나주시가 산포 내기리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관급자재 납품과 관련한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본보에서 보도 후 몇몇 지역언론들이 취재에 뛰어들었으며 모 언론에서 보도한 칼럼의 한 대목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실을 왜곡할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후 보충취재를 통해 모 언론에서 제기한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밝히자 이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은 백로이고 필자는 까마귀로 취급하는 단문을 남겼다.

이 단문에 따르면 자신은 최소한의 기자정신과 취재윤리는 붙잡고 있으나 필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며 취재도 안하고 남이 준 자료만 갖고 되는대로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지역업체가 브로커를 동원해 뒤늦게 수주경쟁에 뛰어들어 부적격업체로 판정받았다는 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사실은 까맣게 잊고 일주일 후 지역업체는 가만히 있는데 브로커가 더 날뛴다는 정반대의 기사를 작성했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들은 모두 까마귀고 자신만이 고고한 백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페이스북을 이용해 험담을 늘어놓지 말고 자신이 까마귀인지 백로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