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우리 흐르는 소리 아무도 듣지 못하던
어린 샛강이었을 때처럼
그렇게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맑은 소리로
우리 강물 되어 흐르자

더욱 깊어지고 더욱 넓어지면
아무리 날선 자갈붙이도
우리 안에서 순해지고 순해져서
그 날카로움을 아픔 없이 내려놓으리
모든 풍경도 모든 소리도 모든 상처도
우리 안에서 다리 뻗고 쉬었다 갈 수 있게
우리 강물 되어 흐르자

제가 처음에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고실라진 꽃잎과 부서진 모래알이 없었다면
우리는 빈 가슴으로 무엇을 노래했으리
원앙의 정겨움과 해오라기의 비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슨 빛으로 빛났으리
저 깎아지른 벼랑과 저 먹구름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오금이 저리고 주린 배를 채웠으리

생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 강물 되어 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