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에게 인재를 구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어떤 인재를 쓰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나주시도 시장이 어떤 인물을 쓰느냐에 따라 나주의 운명도 갈릴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주 기자

중국사에서 가장 흔히 거론되는 인재 등용의 사례는 제갈량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 찾았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례는 당 태종 이세민이다. 이세민은 황태자인 형 이건성을 제거한 뒤 이건성의 측근이었던 위징을 기용한다. 위징은 이세민과 왕권을 다툰 황태자 이건성의 전략가로서 이세민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태종이 고구려 원정에 실패한 뒤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나를 말렸을 것”이라고 후회했다는 고사는 유명하다.

이처럼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한 인물이었지만 가리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구해 쓴 덕분에 태종의 치세는 유례없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이른바 ‘정관의 치’다.

임성훈 시장이 지난 목요일 사무관급에 대한 보직 이동 및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김태구, 위귀계, 이재홍 과장 등을 주요 진용에 배치 시켰으며, 심경문, 배은철 지방행정 주사를 봉황면장과 금남동장 직무대리로 발령, 이들을 사실상 사무관으로 승진시킴으로서 주요보직과 승진을 모두 충실한 측근들로 짰다.

김동집 전 문평면장, 김관영 봉황면장, 신광재 노안면장은 대기발령했다. 그나마 포용을 발휘했다는 게 대기발령 된 김관영 봉황면장과 더불어 신정훈 전시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김오재 농업정책과장을 유임시켰다는 정도다.

이번 인사로 주요 보직으로 이동된 과장이나, 사무관 승진이 예정된 팀장들에 대한 인사의 적절성 여부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한발 양보 해 선악을 논하지 않겠다.

문제는 대기발령 된 3명의 사무관에 대한 공정성 여부다. 임 시장은 인사발령 이튿날인 지난 18일 임명장 교부식 때 대기발령 배경에 대해 언급했는데, 두 사람은 ’과거에 집착’ 해 대기시켰고, 한 사람은 ‘음주운전’으로 대기사유를 설명했다,

무서운 말이다. ‘과거에 집착 했다’는 이야기는 신정훈 전시장을 잊지 못하고 있어 대기시켰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즉 앞으로도 ‘신정훈 향수‘를 갖고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대기발령을 불사하겠다는 일천여 공직자들에 대한 임 시장의 노골적인 ’협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음주운전으로 대기시켰다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ㅅ면 김모 면장은 현재 음주측정거부로 재판에 계류 중인데 시장 본인이 승진 시킨 사람이어서 인지 대기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기발령과 관련해 임 시장은 이들이 신정훈 전 시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대기발령에 정치논리가 작용했다는 세간의 의구심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운동선수 2등은 박수갈채를 받고 선거 2등은 사약을 받는다지만 전임 시장의 측근으로 회자되는 3명의 사무관들에 대한 대기발령은 인사가 아닌 학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한다. 하지만 객관성 없는 인사는 득보다 실이, 신뢰보다는 불신이, 조직의 안정보다는 불안이 더 커진다.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게 선 인사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

임성훈 시장은 지난 선거 때 자신을 물밑에서 도운 공무원에 대해서도 이번에 대기발령 시킨 사무관들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했는지, 이번 인사가 나주시장으로서 아니 일천여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권자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