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천(千의) 얼굴을 갖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쓰는 사람과, 억양, 상황에 따라 듣는 이에게 다르게 들릴 수 있는 것이 말이다. 우리가 세치 혀를 잘 놀리도록 경계해온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며, 한마디 말이 원수를 만들기도 하고 천냥 빚을 갚는 위력을 갖기도 한다는 것은 말속에 또 다른 말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영창 기자

정치권에 있어 자나깨나 ‘입조심하고 또 입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툭 던진 말 한마디에 표심이 날아가거나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건 공적인 자리건 간에 공인은 말을 조심해야할 판인데 임성훈 시장은 조심을 못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직원 내부 메일을 통해 설명절 및 조직개편과 맞물린 정기인사를 앞두고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는 표현으로 전임시장은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은연중 풍겨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산포에서 또다시 기막힌 한마디로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구정을 3일 앞두고 산포면 신도리 3구를 찾은 임 시장에게 이 마을 A모 이장이(주민 7명 동석) 마을 금호복지센타에서 폐수장운영비 지원을 건의했는데 임 시장 왈 “신정훈 전시장하고 친하게 지냈다던데 그때 부탁하지 그랬소”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의 민원제기에 어떻게 이런 답변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자치단체장으로서 기본적인 자질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이라 하는 것은 쓰는 이의 품격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자신의 얼굴임과 동시에, 자신의 됨됨이가 알게 모르게 남에게 전달되어지는 인격이다. 따라서 잘못 쓰면 화를 자초하는 자기 무덤 일수도 있는 폭발력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좌파스님’, ‘보온병포탄’, ‘자연산’ 등의 발언으로 본인은 말 할 것도 없고 공당 대표로서 정치적 운신의 폭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듯 공인의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며, 범인(凡人)과는 달리 즉흥적이거나 감정이 앞서는 ‘막가파식’은 안 된다.

더욱이 민선시대 시장·군수의 한마디 한마디는 지역주민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품위가 있어야 하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는 경솔함과 무지는 바로 자신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공인의 잘못된 말 한마디는 삽시간에 퍼져 신임도가 순식간에 추락하는 것을 우리는 여러 경우를 통해 익히 봐왔다. 임성훈 시장은 투표를 통해 선출된 ‘공인’이고 그 중에서도 나주 시장이다. 임성훈 시장이 임기동안 지켜야 할 것은 일자리 일만개 창출도, 줄탁동시(茁啄同時)도 아닌 바로 ‘말조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