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 주문, 전년 동기 2배에 달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의 여파로 지역 특산물인 나주배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도시 소비자들이 명절 선물로 육류대신 과일 등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전복, 굴비, 김, 미역 등 전남지역 대표 수산물이 동반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28일 발생한 구제역은 전남과 전북, 경남, 제주 등 4개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으로 확산됐고 AI도 전남 내륙에서 충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나 돼지, 닭과 오리 등 육류 소비가 줄어든 대신 수산물의 판매량과 명절 선물용으로 나주배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 나주배원예농협(조합장 이상계)과 나주배 온라인 판매사이트 ‘배짱닷컴’(www.vezzang.com)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 및 제수용품 주문이 19일까지 2만5,000건 접수돼 지난해보다 80% 이상 늘었다.

이상계 나주배 원예농협조합장은 “올해 전국적으로 배 작황이 나빠 걱정했는데 구제역 영향인지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급증했다”며 “최근 ‘배짱닷컴’을 오픈해 인터넷으로 손쉽게 주문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지역 양돈농가는 백신접종이 이뤄지기 전 출하를 위해 경쟁 아니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도축장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7일 전국 돼지고기 지육(머리, 발, 내장 등을 제거한 고기) 도매가격은 1㎏당 6,231원으로 13일 사상 최초로 6,000원 선을 깬 후 계속 상승 중이다.금융위기로 삼겹살이 소고기 대신 인기를 끌며 돼지고기 도매가가 5,700원대를 기록했던 2009년 초보다도 높이 올라갔다. 구제역 발생 이전인 지난해 11월 26일 3,928원보다는 무려 59% 올랐다.

돼지고기 도·소매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가축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8일까지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된 돼지는 196만4,436마리로 국내 전체 돼지 사육마릿수(약 998만마리·지난해 12월 1일 기준) 중 20%에 달한다. 돼지 5마리 중 1마리꼴로 사라진 셈이다. 지역 간 돼지 이동이 제한된 것도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도축장들이 구제역 위험 지역(발생지 반경 3㎞)이나 경계 지역(반경 10㎞)에 포함돼 문을 닫아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돼지도 유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돼지를 출하하려는 사육 농가가 있어도 도축장에서 ‘병목 현상’이 생겨 공급이 더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