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이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마저 붙잡고 있다. 설 명절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자체들이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귀향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잇달아 발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처방’인 셈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들은 설 귀향객으로 인해 그동안 어렵게 지켜온 ‘청정지역’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 명절에 가급적 귀향을 자제해 달라고 전국 호남향우회에 요청했고 , 최형식 담양군수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설 연휴를 국가재난기간으로 선포해 국민들이 이동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또 지난 18일 경남 거창군 이홍기 군수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설 명절만큼은 국민 대이동이 자제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귀향을 중단하도록 호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남겼다.

동수동의 나 아무씨(65세)씨는 “구제역 백신접종을 마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홍성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연말에 고향에 다녀갔으니 설에는 되도록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AI 등 각종 가축전염병이 횡행하니 예방 백신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설 연휴 주요 지방도로에 방역초소를 만들어 귀성·귀경 차량에 대한 소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대국민 홍보를 통해 가능하면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차량 소독과 이동 통제 등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