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순  용

추운겨울
서산에 기우는 낙조
잿빛으로 물들고...

꾀 벗은 과수원 나무에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솜처럼 내린다.

겨울 내내 떨고 있을 나무들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시리기만 하다.

봄에 화사한 꽃을 피워,
여름에 그 뜨거운 햇살로 영양을 비축하고
가을에 열매를 익혀

우리들에게 다 나눠주고
추위에 떨고 있는 저 과수원의 나무, 나무들...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주고
늙어만 가고 있는 건가,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깊은 회한으로,
저물어 가는
서녘노을만 쳐다본다.(*)   
                           

서구의료재단 성심종합병원 재단회장
서 구 학 원   영산중·고등학교 이사장
한   국   문   인   협    회    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