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족욕·약찜요법으로 혈액순환 촉진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은 한 여름 무더위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결국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무더위와 열대야를 이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열대야를 이겨내는 수면비법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는 아침에 출근해서 주고받는 인사말 가운데 하나다. 잠을 설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는 유독 편히 잠자지 못했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올 여름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20일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열대야는 24일로 2000년 이후 최장기록을 세웠다.

일평균 최저기온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야간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루 중 최저기온은 통상 새벽 시간대에 나타나는데, 올 여름 일평균 최저기온이 24.1℃였다는 것은 거의 매일 열대야 수준에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열대야가 나타나면 숙면이 힘들다. 일명 ‘수면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은 체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열대야 상황에서는 체온이 높아져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 잠이 잘 오지 않고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다음 날 심신이 피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식욕도 저하된다. 더 나아가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와 폭력사건, 자살, 살인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저기온 상승으로 인한 무더위 대처 방식은 조금 달라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해서 체온을 낮추는 게 권장된다.

선풍기를 잘 활용해도 열대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풍기는 보통 얼굴과 몸에 직접 바람을 쐬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밤에는 대류순환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즉 자면서 선풍기를 틀어놓을 때에는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고 방 안의 다른 곳으로 선풍기 머리를 돌려 방 안 공기의 습도를 낮추고 기온을 떨어뜨리는데 활용한다.

이렇게만 해도 몸에서 배출되는 땀을 말리는데 효과가 있으므로 더위를 덜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선풍기 머리를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 있는데, 이러한 선풍기를 사용하면 열대야를 누그러뜨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위는 기온과 습도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단순한 악기로 구성된 조용한 음악 도움 돼

현대인은 야간 ‘빛 공해’에도 시달린다. 현대인들은 야간에 밝은 인공조명에 노출될 기회가 많다. 문제는 강한 빛도 멜라토닌 분비를 저하시켜 수면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취침 시간이 다가올수록 강한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기 직전까지 환한 빛에 있다가 잠자리에 들면 잠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자기 직전에 컴퓨터를 사용해도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특히 게임 등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흥분되면 더욱 잠들기 힘들다. 자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기 위해 불을 환하게 켜는 것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수면을 방해하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여름철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널리 알려진 숙면 방해 요인이다. 하지만 한 잔 정도의 알코올 특히 맥주 한 잔 정도는 간의 수면유도 효과가 있으므로 때때로 활용하면 효과가 있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삼간다. 최근 어린이들이 마시는 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으므로, 부모는 아이들이 마시는 음료의 라벨을 유심히 살피는 게 이롭다. 열대야가 나타나면 자면서 땀을 흘리게 되고 이로 인해 갈증이 생겨 잠이 깰 수 있으므로,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자기 전에 자신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평소보다 많은 물을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기 전에 듣는 음악도 가려듣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음악을 들을 때 뇌가 그것을 처리해야 할 정보로 인식하면 음악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가급적 화려한 음악보다는 가사가 없고 단순한 악기로 구성된 조용한 음악이 제격이다. 치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에는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담고 있는 게 있으므로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면 찾아보라. 또 매일 같은 음악을 자기 전에 듣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두한족열’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하게

막바지 무더위는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하게 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 좋다. 두한족열이란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생활 한방요법을 말한다. 하체의 따뜻한 기운이 상승하면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지는 원리다. 대표적으로 반신욕이나 족욕을 꼽을 수 있으며, 전문적인 방법으로는 한약재를 이용하는 약찜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반신욕을 할 때는 배꼽 아래까지만 물에 잠기도록 하고 두 팔은 물에 담기지 않게 욕조 밖으로 꺼낸다. 물의 온도는 뜨거운 느낌이 없는 상태, 즉 체온과 비슷한 섭씨 37~38도의 미지근한 물이 좋다. 물 밖의 머리나 상체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이 날 때까지 계속한다. 보통 30분 이내가 적당하며 반신욕 후에는 하체를 따뜻하게 한다.

족욕은 40도 정도의 뜨끈한 물에 복사뼈 위로 10~15㎝ 정도까지 잠기게 한다. 20분 이내가 적당하며, 중간에 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여 가면 땀이 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

이 같은 족욕이나 반신욕은 따뜻한 물이 수축된 혈관을 열어 혈액순환을 촉진시킴으로써 혈압을 내려주고, 몸속 노폐물을 제거해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불면증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약찜은 100도 이상의 증기로 뜨겁게 찐 한약재를 발과 다리를 감싸 두한족열 조건을 만들어 약재의 좋은 성분들이 피부에 스며들게 하는 원리다.

열기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며 약재의 기운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너무 뜨겁지 않게 수건 같은 것으로 열기를 완화시킨다. 또 천이나 주머니에 찐 약재를 넣고 끈으로 묶은 뒤 따뜻할 정도로 식혀 뭉친 근육이나 통증이 있는 부위제 직접 사용해도 좋다. 이러한 약찜요법은 만성피로, 스트레스, 수족냉증, 소화불량, 불면증 , 두통 등을 해소하는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