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성심병원 명예이사장이면서 영산포중·고등학교 재단이사장인 박순용 이사장이 지난 9일 보건복지가정부 청사 화장실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지난해 쇠퇴(衰退)를 거듭하고 있던 거듭하고 있던 영산포중·고등학교에 화려한 청사진을 펼치며 재단이사장으로 전격 취임하면서 지역사회, 특히 영산포주민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던 이사장이기에 지역민들의 충격이 크다.

박 이사장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복지부와의 소송 때문으로 일려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2003년 말 자신의 400억원대 병원을 직원들에게 넘기고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났다. 그는 1988년 병원 인수 당시 “병원이 정상화되면 직원들에게 병원을 둘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당시 직원들에게 병원을 환원한 박 이사장의 모습은 아름다운 얘기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에 의하면 당시 성심병원의 환원이 보도된 후 복지부가 “병원이 빌린 차관자금을 갚아라”고 제기했고 결국은 이 소송이 병원과 박 이사장을 궁지에 몰아 넣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 송사(訟事)는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이사장은 부도난 병원을 공매를 통해 46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병원의 감정가는 29억이었다.

하지만 소송의 발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성심병원은 전병원장이 82년 독일에서 차관 32웍원을 받았는데 병원 인수 당시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ㅈ일보 보도에 의하면, 병원 인수 후 당시 보건사회부(보건복지가족부의 옛 이름)의 담당 공무원들이 “전 주인(병원장)에게 빌려준 차관자금 32억원을 떼여 중징계를 당하게 됐다, 실제로 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을 테니 형식상 차관반환 서명만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처음엔 거부했으나 병원 인수 뒤 약 1년 넘게 의료법인 허가가 나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고 한다.

그는 9일 자살 기도 전 ㅈ일보 기자를 만나 13개월 끌던 의료법인 허가 문제가 서명 후 3일 만에 나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차관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96년 “여수성심병원에 빌려준 독일 차관자금 담보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을 때도 보사부는 “전 주인인 성심병원으로부터 차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아예 의료법인을 취소했다. 이를 인수한 여수성심병원은 도산한 법인과 별개로 차관자금을 지원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갑자기 2006년 박 이사장을 상대로 독일차관 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차관자금 원금뿐만 아니라 연체금·복리이자·환차손을 합해 160억원을 청구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전에는 형식상 공문만 몇 변 보내고 실제로 돈을 요구한 적은 없으나 병원의 사회환원에 관한 언론 보도 후 복지부가 거액의 소송을 제기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을 흑자 전환시키려고 쏟아 부은 돈만 수십억원“이라며 ”내가 쓰지 않은 차관이라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의 기대와 달리 2007년 고법과 대법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말 개인재산과 병원 계좌가 압류돼 심적으로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