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권(夫權)은 흘러간 그리운 노래

몇 년 전만 해도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을 각종 언론매체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루어지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명절 때면 대부분 며느리 들이 남편을 따라 시가(媤家)를 찾는데, 명절선물 뿐만 아니라 명절노동에 진골이 빠져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 어렵기만한 시가(媤家)식구들의 눈치등살에 기를 펴지 못한 일들이 당시의 모습이었다. 그때만 해도 당연지사로 여겼던 며느리들이였으나 이제는 성(性)의 역전이다.

사실 그때가 남편들에겐 최고의 추억의 호시절이었다.

지금은 민법 등의 개정으로 호주(戶主)제도가 사라지고 여권(女權)과 여성 경제활동이 엄청나게 신장되어지자 부권(夫權)은 이제 흘러간 그리운 옛 노래 가 된지 오래다. 요즘 속된말로 시(媤)월드(world)와 처(妻)월드(world)가 유행가 가사처럼 회자되고 있는 사실 하나만 추려내도 남편들은 아! 옛날이여를 외칠 수밖에 없는 딱한 형편이다.

이제 시(媤)월드(world) 즉, 시어머님, 시아버님, 시누이처럼 '시'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져 가고 있고, 처(妻)월드(world) 즉,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처제, 처형처럼 '처'자가 들어간 처가의 세상이 오고 있다. 사위라는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그 만큼 세상이 변한 측면도 있지만 미풍양속이라 여겼던 시(媤)월드(world)의 숭배는 구물로써의 가치 하락은 곧바로 남편들의 골병으로 닥아 온다. 이쪽저쪽 눈치에 치어 면목은커녕 모가지라도 제대로 곧추 세우려 했다간 그 후유증이 여간 감당이 안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대법원의 수 년 통계치를 보면, 명절 전후로 이혼 소송청구가 평소 24%이상 증가 한다는데 보기엔 따라선 구권(舊權 남편)보담 신권(新權 부인)의 힘이 세진 현상이 아닌가 한다. 우화 같은 이야기 한 토막이 오늘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홀 엄씨(혼자된 부인)가 아들 하나를 위해 세상의 모든 고생 독차지하여 장원급제(검사)를 시켰으나 아들 장가만큼은 홀어미의 몫으로 올 일도 아니기에 저 하자는 되로 하고 촌에서 그놈 잘되기만 오매불망이라. 그래도 며느리가 다달이 용돈 200,000원을 통장으로 넣어주어 사무치도록 고맙게 여겼다는 것. 아들이 보고 싶어 이고지고 불원천리 한양 땅 아들집에 들어서니 가지런하고 번들거리는 세간을 보고 며느리가 여간 신기하지 않았고 대견스러워 청소라도 해줄 요량으로 이것저것 정리하다 가계부가 눈에 띄어 아무 생각 없이 열어보니 1월 0일 촌년 200,000원의 기재를 보고 참으로 알뜰한 며늘아기구나 하고 흐뭇하여 다음 달을 보니 역시 촌년 200,000원, 다음 달에도 촌년... 촌년…, 촌년…. 이때서야 촌년이 자신을 일컫는 말임을 짐작한 그 어미의 심정에서 모두의 지혜가 요구 된다. 옛날에는 고부(姑婦 시어머니와 며느리)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요즘 들어 사위들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가족의 핵심은 부부인데, 부부가 결정하고 상의해야 될 부분까지 시댁과 친정에서 관섭하려들면 드디어 갈등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부부가 성인인 만큼 당사자 들이 스스로 좋은 쪽의 결론에 모두 동의 한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 들것이다.

명절 외상증후군은 시골 부모님들도 심각하게 겪는다는데, 앞으로의 명절은 모두 다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