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청춘의 시간!

지난 2008년 가족의 숨은 그림자로 살아온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위상을 새롭게 비추며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엄마를 부탁해〉 이후 1년 반 만에 새로 선보인 신경숙의 7번째 장편 소설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으로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울한 사회풍경과 시간을 뚫고 나아가서 어떻게 서로에게 불멸의 풍경이 되는지를 작가 특유의 시선과 섬세한 문체로 풀어 놓은 책이다.

신경숙은 이 작품에서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더 고통스런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와도 같은 작품인 것이다.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이 겪는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 불안과 고독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젊은 우리의 초상을 묘사했기에 그 종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 속 화자인 ‘나’ 윤과 대학 친구인 명서, 명서의 어릴 때부터의 친구 미루, 윤을 짝사랑하는 고향 친구 단이, 이들 청춘들에게 폭풍처럼 밀려온 ‘아름답고 찬란한 열병’이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펼쳐진다.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휴학했던 윤은 학교로 돌아와 만난 미루와 명서에게 마음이 끌린다. 미루는 바로 제 눈앞에서 언니가 분신자살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정신적 불안에 빠져 있다. 윤과 명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미루와 단이 죽음을 택하면서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헤어진다.

열병처럼 앓은 창춘의 한 시절은 그렇게 잊혀져 갔지만, 윤과 명서는 8년이 지난 후 대학 은사가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만나 함께 은사를 찾아간다.

소설의 배경은 대학생들이 가두시위와 진압전경, 최루탄에서 알 수 있듯 1980년대 그즈음쯤 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8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에 시대를 특정하지 않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현재 진행형이지요. 젊은 사람들의 시간은 혼돈과 방황, 그리고 모색과 좌절로 점철돼 있는 것 같아요. 시대가 달라져도 청춘들이 필연적으로 겪는 성장통과 불멸의 풍경을 그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더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원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이  전하는 푸르른 청춘의 이야기는 이 시기를 힘겹게 넘겨온 이들에게, 또한 새롭게 이 시기를 맞을 이들에게 닿아, 바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발신음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며, 다시 그들 자신에 의해 새롭게 씌어질 것이다.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그런 순간이.”

‘청춘’은 깊고 거친 들숨과 날숨, 절망과 상처를 동반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어떤 시대를 지나온 세대라도 마찬가지다. 이 아름다운 시기에 우리는-청춘들은-누구보다도 비극적인 시간을 만나고, 오래,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 받았기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