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의란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되돌아볼 시기이다!

미국 하바드대 교수인 저자가 최근 20여 년 간 학생들 사이에서 명 강의로 손꼽힌 자신의 정치철학 강의 '정의(Justice)'를 책으로 엮었다.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공동체주의 이론의 대표적인 4대 이론가로 손꼽히는 샌델 교수가 실재 하바드대서 강의하는 ‘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과 이견이 난무하는 이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正義)는 좀처럼 정의(定義)하기 어려운 단어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정의와 부정에 대한 이견으로 가득하다. 정의론, 분야의 석학인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정의에 대한 깊은 고찰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우선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면 옳은 행위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생각하고,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는다. 바로 그 원칙을 반박하는 상황을 고려한 다음,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특히 저자는 ’정의로운 행동‘ 이란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대화를 통해 정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거듭하면 결국 정의로운 행동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사회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쪽에서는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여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에서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잘못을 바로잡는 정책이라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를 역차별 하는 공정치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행위는 자유 사회에 걸맞지 않는 혐오스러운 짓이라는 견해와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서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은 바로 인간사회의 ‘최선의 삶’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 책에서 어려운 도덕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도덕적 고민이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슈트어트 밀, 롤스의 견해를 흥미롭게 다루며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의 의미를 찾는 서정적 탐사이며,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에게 그동안 익히 들어온 논쟁을 새롭고 명쾌한 방식으로 고민해보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이러한 논쟁에서 극적이고 도전적인 발상을 선보이면서, 철학을 이해하면 정치와 도덕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은 단순히 정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입장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샌델은 거장답게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기존의 입장 -자유지상주의자, 도덕적 개인주의자 등-을 검토하면서, 특정한 입장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도덕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하라고 권유하는 책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어렵고 이론적인 정치철학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우리가 시민으로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 가는 이 책은 우리 책장에 반드시 꽂아두어야 할 한 권의 필독서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