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말 못하고 틀던 선풍기도 꺼버려

올 초 행안부가 ‘지방공공기관 청사 에너지 절감 목표관리제’ 지침을 각 지자체에 보냄에 따라 건물 내부온도가 30℃가 넘어도 냉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년이 넘는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A씨(48)는 이번 여름나기가 버겁다. 선천적으로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사무실 실내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올해는 건물내부 온도가 30℃가 넘어도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냉방을 하지 않는다. 행안부가 보낸 지침에 따라 지난 2년간 평균 에너지 사용대비 10%를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기제품 사용 줄이기, 노후 된 냉난방기 교체, 전등 교체, 열을 차단하는 단열필름을 건물 외벽 창문에 설치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무실 내 컴퓨터 등 가전제품의 열기를 감안하면 직원들의 체감온도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름철 내부 적정온도가 28℃임에도 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공무원이라서 모범적으로 적극 동참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앙정부가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는 각급 지자체의 절감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각급 지자체는 매달 15일께 내부전산망을 통해 실적을 입력하고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이를 모으면 정부관계기관이 이를 받아 분기마다 공표하고 있다.

특히 실적이 중요하다. 지방교부세, 기관평가, 인사고과 등에 반영되기 때문이며 이에 실무자들이 받는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무원 내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단지 울며 겨자 먹기 식에 불과하다”면서 “실무자들은 눈총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틀던 선풍기도 꺼버린다”고 현실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