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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의’ 하나만 믿고 우리의 운명을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한미동맹과 전시작전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할수록 주한미군은 전방이 아닌 후방에 소규모로 주둔하려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도입부인 ‘프롤로그’에서부터 최근 변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2009년 12월 북한제 무기를 실은
그루지야 수송기가 태국에 불시착 사건은 오산 미7공군의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동원한 미 정보기관의 비밀작전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 작전에 대해
사전에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한국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는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전통적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저자는 이라크 파병, 전시작전통제권,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시절의 국방, 안보에 관한 숨은
비사를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저자 김종대는 20여 년 국방문제를 연구한 전문가다. 2003～2005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유일한 민간인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에서 한국의 전쟁지도와 전시대비 계획 등을 숙달했고, 김장수 국방장관 시절에는 장관 정책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통해 군사문제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전 과정을 샅샅이 되짚어 봤다.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충격적인 사실들이 담겨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 군은 과연 어떻게 노무현의 발목을 잡았으며, 노무현과 함께
했던 이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세밀하게 증언하고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등 총 5장, 500여 쪽이 넘는 분량으로 이뤄진 책은 1장에서 당시 청와대와 외교안보부처 사이에서 벌어진 놀랍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자주파’와 ‘동맹파’로 갈라진 외교안보 참모들 간의 자존심을 건 국가전략논쟁, 노
대통령 주재로 두 차례 열린 자주국방 토론회 등이 소개된다.
계속해서 부시에게 보낸 노 대통령의 친서소동,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부시의 거짓말, 이라크 파병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맞바꾸려 한
청와대와 외교부, 주한미군 감축을 공론화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대미 협상단, 이라크 파병 결정의 내막과 미국의 불만폭발 등 숨막히는
사건들이 3장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2장에서 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에서 무엇을 학습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히
안보분야에서 가고자 했던 궁극의 목표는 무엇일까. 안보가 어려웠던 시절에 의연하게 자주를 지향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깊은 의중은 무엇인지,
노무현이라는 창문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본다.
한편 5장에서는 정부가 사분오열되어 갈등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으로 사태가 정리되기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추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NLL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과 김장수 국방장관이라는 변수에 남북관계가 휘청거릴 뻔했던 에피소드까지 막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침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는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우리가 왜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다름 아닌 한국민들이
용산기지의 단순한 이전이라고 생각하는 평택기지의 성격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평택기지가 장차 대중국 견제의 기제(機制)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차단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 평택기지는 장차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군의 전략을 구현하는 전초기지이자, 한국의 주권이 전혀 미치지 않는 미군의 500년 기지로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는 통일외교안보분야의 대논쟁기였다. 노무현 정부의 대외전략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어떻든 당시 논쟁들은 현 정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은 이 논쟁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한 첫 작업으로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