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의 제물이 된 비운의 정치인 조봉암

‘평화통일론’과 ‘고루 잘 사는 사회’를 꿈꾸었다가 간첩으로 몰려 1959년 7월 31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정치인 조봉암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죽산 조봉암은 겉으로만 보면 그의 삶은 오욕과 고난의 점철이었고 죽음은 비극이었다. 그는 죽음 이후에도 좌로부터는 변절자로, 우에서는 용공좌경으로 비난받아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조봉암은 과연 그런 인물이었나? 저자 김삼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때론 권력과 타협하기도 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했고 민중을 아꼈던 인물”이란 것이다.

저자 김삼웅은 이 책 서문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은 통일은커녕 평화가 심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요”라고 말한다. 즉 조봉암에 대한 정치보복 이후 ‘한국현대사 비극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죽산 조봉암 평전》은 바로 이 ‘시작점’을 다룬 책이다.

총14장과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의 1～3장은 조봉암의 유년시절 그리고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조봉암은 3·1운동 주동자로 지목돼 1년 간 옥살이를 하면서 민족과 역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고, 이는 조봉암이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4～6장은 조봉암의 공산당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조봉암은 조선공산당의 모체인 화요회에 뒤늦게 참여해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상해에서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국내세력과 끊임없는 마찰과 종파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특히 6장에서는 일제 말기 조봉암의 전향 의혹을 다루었는데 이는 해방 뒤 다시 한 번 논란이 된다.

7～8장은 과격 공산주의 운동과 결별하게 된 원인, 그리고 이후 이승만 초대 내각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친애하는 박헌영 동지에게’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후 과격 공산주의운동과 결별한 조봉암은 분단정부에 참여해 제헌의원에 당선되고 이승만 내각에서 농림부장관으로 발탁되었다. 당시 조봉암이 만든 농지개혁법안은 비록 기득권세력의 방해로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농민들에게 환영받았고 대한민국 존립에 버팀목이 되었다.

9～11장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조봉암과 이후 이승만과 대립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승만과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조봉암은 제2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이승만과 대립하게 된다. 이후 조봉암은 노골적인 이승만 정부의 탄압 그리고 보수 야당의 조봉암 견제 등으로 힘겨운 길을 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12～14장은 진보당 창당과 진보당 사건으로 사법살인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결국 그를 옭아맨 것은 공산주의였다. ‘평화통일론’과 ‘고루 잘 사는 사회’를 꿈꾸었다가 ‘용공좌경’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저자는 죽산의 행적을 낱낱이 드러내 평화통일, 밝은 정치, 고루 잘 사는 세상을 꿈꿨던 인간 조봉암을 복권시킨다. 이와 함께 중요한 순간에서 정부, 극회, 법원, 정당 등이 벌인 해괴한 행태를 곱씹어 보라고 권한다. 사형집행에 대해 일제히 입을 다문 언론인들의 비굴함은 ‘참괴(慙愧)하다’고 표현한다.

“한 사람이 죽어야 한 사람이 사는 것이 정치입니다. 병으로 죽은 사람, 자동차에 치어 죽은 사람도 많은데 평화통일운동을 하다 이렇게 떳떳하게 죽으니 얼마나 기쁩니까.” -본문 중에서 죽산 조봉암은 1958년 1월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검거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그 해 10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듬해 7월 30일 대법원은 조봉암의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이튿날 사형이 집행된다. 재심청구가 기각된 지 18시간만의 일이었다.

2007년 9월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봉암의 누명을 벗겼다. 국가변란 및 간첩죄를 적용한 사형을 재조사한 결과 증거 없음, 불법수사, 무리한 법적용 등을 야당 정치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치탄압 사건이라고 규정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법살인’ 48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명예회복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