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과 죽음을 위한 스물다섯 가지 키워드

 이 책은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가 1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과의 이야기와 죽음을 토대로 만들어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목록을 담고 있다. 인간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마침표에 섰을 때 하게되는 ‘후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되물어보는 책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문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서의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마지막’이 있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대로 오지만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말은 이러한 ‘마지막’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따라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마지막을 잘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때문에 ‘후회’를 먹고사는 생물이 인간일지 모른다. 이 책에는 이처럼 실제로 죽음 앞에 선 1000명의 말기 환자들이 남기는 ‘마지막 후회’의 고통분모가 담겨있다.

저자는 책에서 이처럼 이들이 느꼈던 후회의 공통분모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인생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요즘 ‘웰다잉(Well-Dy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조계종 등 종교단체들은 죽음을 그저 두렵고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짓자는 ‘웰다잉’을 전파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에도 이 개념이 화제를 모았었다. 죽음을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로 완성하자는 것이 주된 목표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이런 ‘웰다잉’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저자 오츠 슈이치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의 후회를 들려주며 어떻게 삶을 살고, 마무리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직접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 닿고 가슴을 울린다.

이 책에 소개하는 스물다섯 가지가 어쩌면 우리가 뻔하게 떠올릴 수 있는 후회의 목록일지 모른다. 하지만 유산, 자식, 결혼, 종교 등 죽기 전에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감대는 더욱 커진다. 특히 자신의 장례식을 두고 가족들이 당황할 모습이 싫어 스스로 준비했다는 여자 환자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일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소한 일이라도 뒤로 미루지 않은 사람은 후회가 적었다고. 정말 흔치 않은 경우였지만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을 감는 순간에 당당하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고, 순간  순간 스쳐 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일이라도 흘러버리지 말고, 하고 싶다면 하라”고 말한다.

죽음의 자리에서 혹은 죽음의 시간에 이르면 누구나 지나온 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때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생각하고 느끼면서 내 삶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일,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는 없다. 지금은 먼 훗날 이야기 같지만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후회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도 좀 더 진한 인생을 맛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목록은 살아있을 있을 때 해야할 스물다섯 가지의 목록이자,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둔 자들의 후회목록을 펼쳐두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지.

책 한 권이 사람을 얼마나 바꿔놓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되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요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이 목록을 보며 자신의 현재 삶을 되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