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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전사 이갑용의 노동운동 이야기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노동운동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담긴 기록인 《길은 복잡하지 않다》가 출간됐다. 울산 동구청장을 지내고
현대중공업 해고자로 살고 있는 저자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1984년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운동 이야기다. 이 책은 노동운동의 핵심에서
일해 온 이만 알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진보운동과 노동운동이 왜 위기에 처해있는지를 진단한다. 그러면서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어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구청장 경험을 통해 노동자 정치의 예를 들려준다. 노동운동가들이 어떻게 자본에 의해 명멸해가고, 자본은 어떻게 노동자들을
길들이는가에 대해서도 실명비판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는 서문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어떻게 이 사회의 분배구조를 바꿔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은
6월 항쟁 못지않은 항쟁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몇 개 생기고, 몇 명이 파업을 벌였다는 통계로만 얘기될 뿐, 그것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얘기는 없다.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분배정의를 이뤄냈고, 사회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말하고
싶었다. 노동자들은 늘 자신의 역사를 남에 의해 평가받고 자리매김 당해왔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자 대투쟁의 의의,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두
번째 이유이다"라며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고 실감나게 드러낸 글로, 저자는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10년
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벌인 노동운동과 3년간의 민주노총위원장, 4년간의 울산 동구청장시절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20여 년 간 노동운동에 매진해 오며 쌓은 경험을 통해 진보운동과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노동운동과 민노총을
사랑하는 방식은 내부의 문제를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 뼈저린 반성을 통해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민주노총위원장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당혹감을 느낀다. 우리사회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노총이 민주화 운동 진영의
중심축을 차지한다. 따라서 민주노총 활동은 민주화 운동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그런데 저자가 수많은 실명을 언급하면서 폭로하는 민주노총의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권력을 위해 이합집산 하는 정파관료가 좌지우지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중심축은커녕 오히려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저해한다고까지 할 정도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또한 책 속에서는 더러운 자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폭력, 회유, 협박, 테러로 노동조합을 부수는 얼굴과 이들 뒤를 돌보는 검찰, 경찰을
앞세운 정권의 더러운 얼굴도 만날 수 있다. 야생마와 같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어떻게 고삐를 자본에게 넘겨주고 말았는지 알게 된다. 또 한
노동운동 마당에 널린 껍데기들도 만날 수 있다. 노동자들을 이용하고 배신하며 제 잇속을 챙기는 운동가 등, 정파로 뭉쳐 노동해방보다는 제 목소리
높이기에 골몰하는 이들도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은 노동운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동운동을 통해 시대의 진실과 삶의 진정성,
인간다움을 추구하던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진짜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순정한 노동자의 삶을 통해 이 시대를 변혁하고자 하는 투박하고 진실
된 노동의 힘이 살아있는 이야기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 책은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조직도 없는, 그렇지만 싸움의 근육이 울퉁불퉁
살아있고 투쟁으로 노동운동을 바로 세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찬 한 노동운동가가 지금 어디에선가 하늘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눈물로 쓴
기록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역사에서 길은 단 한 번도 복잡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이 복잡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어느 노동조합이건 조합원이라면 읽어야하는 책이다. 아니 꼭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노동자라면 꼭 읽어야하는 책이다. 나아가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80%에 들어있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타인에 대한 비판의 눈보다 이갑용 자신에 대한 반성의 눈이 더 예리한 것도 이 책의 미덕이라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