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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프리즘] 김 할머니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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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10.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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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법원에 의해 존엄사가 인정되었던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202일 만인 지난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인공호흡기를 제거 시 짧은 시간 내에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의학적 판단이 얼마나 한계가 있었는가를 명확히 보여준 한 예이기도 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의료계나 법조계, 그리고 정부가 김 할머니와 같은 많은 환자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임종환자관리 대책 마련에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깊이 반성하게 했다. 우리사회가 처해 있는 품위 있는 죽음의 현실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집에서 죽기를 희망하지만 2007년 자택에서 사망한 환자는 26%에 불과하며, 이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 이필수 원장
특히 암으로 사망한 국민 중 80%이상이 병원에서 사망하고있다. 사망 장소로서 병원이 증가하는 현상은 임종에 부적절한 주거환경, 병원 영안실 이용의 편이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80~90%의 국민들이 사전의료지시서나 호스피스를 이용하기를 희망하나 이용자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품위 있는 죽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한 가족 부담이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통증 관리가 적절히 되지 않고 있다. 죽음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다행히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명치료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가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였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지침을 발표했다.

이제부터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의 몫이다. 우리 국민들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서 진지하면서도 슬기롭게 해결책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먼저, 실제 의료현장에서 연명치료중단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의학적 판단과 의료윤리원칙에 근거한 보다 구체적이며 행정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연명치료중단지침이 정부의 주도 하에 마련되어야 한다.

법원이 제시한 주요 원칙과 의료계에서 만든 지침이 있다 하더라고, 의료현장에서의 개별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은 변화하는 환자 상태와 치료에 대한 반응, 사회적 규범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는 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속하게 완화의료를 제도화하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재정적 지원대책 및 공적 간병 등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의료계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사전의료지시서’와 ‘임종환자의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법안은 우선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기 환자가 질병의 악화로 인해 불가피한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사용에 대해서만 사전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일차적으로는 충분하다. 이러한 조치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것이고 종교계에서 우려하는 생명경시에 대한 불안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언론과 종교계 그리고 문화계는 존엄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반한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이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범국민적 캠페인을 전개해 주기를 바란다. 과거 우리에게는 ‘호상’이나 ‘객사’와 같은 개념이 있었고 환자 가족들과 의료진은 공감대 속에서 이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혹은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인지에 사회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채 우리네 가족의,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바람직한 죽음’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의료 현장에서의 임종환자관리지침 개발, 임종환자와 가족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대책 마련, 법 제정, ‘바람직한 죽음’에 대한 학교 교육 그리고 대국민 캠페인 및 문화운동 전개가 가능해질 것이다. 2004년도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 조사결과에 따르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제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회, 정부, 종교계, 학계, 언론, 시민단체 등이 함께 파트너십을 발휘해 ‘국민들의 품위 있고 바람직한 죽음을 위한 범국민 대책본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필수외과의원 원장 이필수
enter8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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