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한 실천가 법정 스님에게 듣는 삶의 지혜

법정 스님의 법문집 완결편이다.

본지 2009년 6월 18일자 발행 추천도서였던 ‘일기일회’에 이은 법정 스님의 두 번째 법문집인 이 책은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임을 전하고 있다.

책제목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은 화엄경에서 나오는 법성게인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즉 ‘하나는 모두이며 모두는 곧 하나’라는 가르침으로 저마다 피어나는 하나하나에는 전체가 담겨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은 이 말에 대해 2002년 12월 법문에서 “나 자신을 위해 수행한다면 그것은 반쪽인 수행이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인에 대한 보살핌이 동시에 따라야 한다”며 “깨달았다고 해서 혼자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다.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행된 법문집에는 스님이 올해 5월 성북동 길상사에서 부처님 오신 날에 행한 법문을 비롯해 2000년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1998년 원불교 서울 청운회 초청강연, 1992년 약수암 초청법회에 이르기까지 17년 간 했던 법문 35편이 실려 있다.

35편의 법문은 스님이 온갖 번뇌 속에 헤매는 중생들에게 내리치는 죽비이자, 사자후다. 스님은 “이웃에게 빛이 되라”며 나눔을 강조한다. 남은 “또 다른 나, 내 분신”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보면 모두가 하나이고, 겹겹으로 닫힌 마음으로 보면 모두가 타인”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특히 “내 일상생활의 이 마음, 이 중생심, 이 갈등, 얽히고설킨 이 마음이 도”라며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다. 책에는 생명의 소중함, 수행자의 자세, 물질에 가려지는 정신문명의 중요성 등도 담겼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산에는 꽃이 피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그리고 지난해 펴낸 〈아음다운 마무리〉 등의 산문집을 통해 무소유의 자유로움, 홀로 있음과 침묵의 세계를 말해 왔다면, 두 권의 법문집 〈일기일회〉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에서는 세상을 깨어있는 구도자의 자세로 살아갈 것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한다. 스님은 “지구가 잠든 순간에도 깨어 있으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의 법문에 담긴 삶의 지혜는 종교를 넘어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닿은 일상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법문 이후 건강상 이유로 대중법문을 하지 않고 있다. 책을 엮은 덕인, 덕현, 덕진 등 상좌스님들과 시인 류시화씨는 이번 법문집의 머리말에서 “법문은 2009년 부처님 오신 날 법문을 끝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한동안 세상에 내려오지 않고 강원도 오두막에서 침묵하기로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그 사자후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귀 기울여 들으면 우주만물 중에 법문을 설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썼다.

경인년 올 한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성찰해온 법정스님의 법문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혜를 배워보자.

사람은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 번쯤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진단 한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무얼 위해 살아야하며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펼쳐낸다.

경인년 새해,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해온 청빈한 실천가 법정 스님의 맑은 법문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책의 책 추천사를 쓰면서도 법정 스님(78)의 병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다. 폐암으로 몇 차례 수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스님은 현재 제주도 서귀포의 한 신자 집에 머물며, 류시화 시인 등을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님의 건강이 회복돼 스님의 사자후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기를 우리 모두 간절히 소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