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노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를 발간했다. 그의 유고집으로는 본지 2009년 10월
9일자 투데이 추천도서였던 ‘성공과 좌절’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의 참모진과 그와 뜻을 함께 한 학자 등이 노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완성한 유고집으로 보수와 진보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성찰이 담긴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를 생전에 이렇게 밝힌바 있다.
자신이 봉하 마을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는 그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와 같은 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을 하고 돌아서면 마음이 답답했다고 한다. 정말 대답이 된 것일까? 대통령 자신도 확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 승자만이 기억되는 세상. 과연 아이들은 경쟁 시스템 안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이 확대되어 한 권의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진보의 발전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책의 모습을 그려나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8년 10월 참모들을 불러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책을 쓰고자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뒤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끊임없이 연구 논의를 거치며 책을 완성해 갔다.
작업에 참여했던 참모와 학자들은 노 대통령의 서거로 책의 집필이 중단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의 집필과정을 이어받아 결국 미완성으로
남을 뻔한 글을 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번 유고집은 노 전 대통령이 연구모임 카페에 올린 5개의 원고를 담은 1부 ‘진보의 미래‘와 그가 연구모임에서 구술한 육성기록으로 구성한
2부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그의 진보주의와 보수주의·국가의 역할·신자유주의에 대한 고민과 인식, 대통령
재직시절의 한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향한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에 대한 당혹감, 시민주권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
1부 ‘진보의 미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육필 원고이다. 대통령은 생전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 권의 책을 엮고 싶어했지만,
아쉽게도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1부는 그 미완성 원고를 그대로 수록했다. ‘국가의 역할’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 ’보수의 주장,
진보의 주장‘ 한국의 진보와 보수’ ‘시민의 역할’ 등 노무현 대통령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느낀 문제의식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비록 미완성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고뇌했던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2부 ‘진보주의를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책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구술한
내용이다. 연구모임은 2008년 12월에 시작하여 서거하기 직전인 2009년 5월까지 이어졌는데, 원고를 주제별로 나누어 재구성했다. ‘나는 왜
이 책을 쓰고자 하는가’ ‘진보와 보수를 말하자’ ‘김대중, 노무현은 진보인가‘ ’진보의 대안과 전략을 고민하다‘ ’역사의 진보와 시민의 역할‘
등 다섯 가지 주제이며, 될 수 있는 한 육성을 그대로 싣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이 글을 1부와 함께 읽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했던 ’진보의 미래‘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내용을 읽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깊이 진보와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사상가이자 지식인,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면모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
방한을 못 받아들였고 이라크에는 파병하는 등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말하는 사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것들이 있다”고백하기도 해
곳곳에서 대통령으로서의 한계로 인한 그의 고뇌를 읽을 수도 있다. |
사랑도 총량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