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점철된 전쟁의 역사 … 흐느끼는 팔레스타인

시온이즘을 앞세운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과 끊임없는 도발로 아픔의 눈물을 흘리며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중동 분쟁의 중심인 이 지역에 대한 바른 이해를 시도하는 책이다.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됐던 유대민족. 그들이 이젠 팔레스타인에서 2000년 동안 살고 있었던 또 다른 민족인 팔레스타인들을 억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유대인들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지만, 팔레스타인들에게는 피와 눈물의 땅으로 변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란 이유로 6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무력으로 내쫓은 유대인들과 이를 긍정하는 세계열강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방벽을 쌓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옥’에서 살게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인간이라면 최소한 누려야 할 거주이전의 자유도 없고,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할 자유도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 정착인이나 이스라엘 군인들로부터 날마다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압적 군사통제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봉기인 ‘인티파다(intifada)’는 1987년 이래 더욱더 과격해지고 있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가 더욱더 깊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테러와 보복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 흐르고 있는 분노와 눈물 속에서 정의는 무엇인지 이 책은 묻고 있다.

국제분쟁 전문가인 김재명씨가 지난 2000년부터 몇 차례의 취재를 통해 펴낸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은 화약고 속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냈다.

그리고 파괴된 폐허 속에서의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어떻게 ‘저항군’으로 변해 가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유대인들의 믿음은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적 집착”이라며 “가나안 땅에서 자행된 모세의 ‘엑소더스’ 이후 결국 유대인들은 또 다시 ‘약속의 땅’이란 명분으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21세기 엑소더스를 실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사라진 자신들의 땅을 찾겠다는 주요 명분인 디아스포라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며 2천년 전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민족은 지금의 이스라엘 민족이 아닌, 터키계 아쉬케나짐 유대인들이라며, 이들은 유대인 디아스포라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민족이란 점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디아스포라는 거짓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어 팔레스타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단순히 중동에서 총소리가 들릴 때, 우리 주유소의 유가가 춤을 추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의 군대를 파병해야 하는 국제 외교의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문제가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이 책을 통해 유혈분쟁으로 몸과 마음을 다친 어린이들과 여인들, 집과 농토를 잃은 난민들, 중동평화의 암초로 꼽히는 유대인 정착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군사 지도자와 지식인들을 비롯해 분쟁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들을 글로 담아냈다. 여기에 좌절과 분노의 현장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본문 사진들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힘겨운 삶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이스라엘의 빗나간 선민주의와 약속의 땅에 대한 정당한 권리(?)행사도 함께 살펴본다. 중동의 평화를 가로막는 이스라엘의 만행, 이를 눈감아주는 미국과 냉혹한 국제정치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가 그대로 전달된다.

이 책을 보면서 팔레스타인의 지도자였던 야신의 말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그를 인터뷰하는 저자를 향해 이렇게 묻는다. “한국도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알고 있다. 그 시절에 일본에 저항했던 독립 운동가를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가?”

우리도 이제는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들을 냉혹한 국제정치에 편승해 ’의사‘가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고민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