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협 조합원 여부 확인 않고 박스판매 급급

명품 나주 배 육성을 위해 지베렐린 바르지 않기 운동 등 나주시와 관계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추석명절 나주 배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굴욕을 당했다.

본보가 ‘추석명절 코앞인데 배 값 폭락 우려돼’라는 제하의 기사(제361호 7면)에서 지적한 박스문제가 한 공중파방송의 프로그램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본보는 이 기사에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공사 청과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주 배는 박스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도와 충청도, 전남의 영암과 신안 등지는 통일된 박스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있지만 나주 배는 한참 뒤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관계기관들은 나주 배 박스는 전국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어 상품가치가 떨어진 타 지역 배가 나주배로 둔갑하고 있는 실정을 경고했으나 대책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KBS ‘소비자고발’은 속칭 ‘박스갈이’로 원산지가 둔갑되어 팔리고 있는 나주 배와 거창 사과의 현실을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본보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박스가 현실로 드러났다. 나주배원협을 찾은 제작진에게 박스와 상품포장에 필요한 스티커 등을 확인절차 없이 판매하는 현장이 잡혔다.

배원협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나주에서 거주하지 않거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 원협박스를 살 수 없으며 다른 지역에서 나주배박스로 작업하면 잘못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결과 배원협에서는 조합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박스를 비롯한 포장물품 등을 무작위로 판매하고 있어 박스갈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원협 박스는 일반 박스공장에서 간단한 인쇄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으며 생산자 이름과 연락처 등도 무분별하게 도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정성들여 명품 나주 배를 재배한 농민들까지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시장경쟁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주 배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박스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최근 영광에서는 ‘짝퉁 굴비’를 퇴치하기 위해 포장끈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나주 배도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통일된 박스를 제작하고 배재배 농가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 무분별하게 박스가 유통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