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야기②

영산포가 들려주는

맛깔스런 이야기
  
                                                                        
김미경(나주시 역사문화 큐레이터 ＆ 스토리텔링 작가) 

영산포 이야기 하나 :
『영산포에는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홍어의 거리가 있습니다.』

비단고을 나주에는 우리 민족의 4대 젖줄이라고 부르는 영산강이 흐릅니다. 영산강은 나주평야를 기름지게 만들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주는 생명의 젖줄입니다.
이런 영산강에는 얼마 전까지 영산 포구가 있어 온갖 물품들이 교환되던 장시(場市)가 활발했습니다. 이곳에 오면 입고 싶은 옷도 마음껏 살 수 있었고, 먹고 싶었던 맛난 음식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영산 포구의 진한 향수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영산포 홍어의 거리입니다. 톡 쏘는 홍어와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김치 한쪽이면 족했던 우리네 삶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 바로 영산포 홍어의 거리입니다. 즐비하게 늘어선 홍어집을 보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흑산도도 아닌데 왜 이렇게 홍어집이 많을까 하고 말입니다. 고려 말 흑산도를 비롯한 전라남도 섬 주민들은 왜구 침입으로 늘, 생명이 위태로웠습니다. 이럴 때마다 그들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와 나주로 피신하였습니다. 이럴 때 그들은 많은 고기를 싣고 오는데 다른 고기들은 금방 썩어 버릴 수밖에 없는데 비단, 홍어만이 잘 숙성되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영산포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잘 숙성된 진한 홍어맛을 만들어낼 줄 아는 어머니들이 자신들만의 항아리 숙성 비법을 가지고 쌉쌀한 홍어의 매력적인 맛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나주에 영산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주 영산강 각 나루터에는 매일 많은 배가 드나들면서 각종 싱싱한 해산물과 생활용품들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물론, 영양 만점 홍어도 자주 영산강 뱃길을 통해 나주로 배달되는 단골 메뉴였죠. 이렇게 홍어는 바다를 떠나 영산 포구를 통해 나주로 와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는 일품요리로 탄생된 것입니다.
또한, 영산포 홍어는 우리 시대의 최고 웰빙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에 특효 음식이라고 합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남자들의 요도염이나 학질, 치통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 자산어보(玆山漁譜)에는 홍어가 장을 깨끗하게 하고, 술 해독의 탁월한 효능을 보이며 가래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을 많이 쓰는 남도의 소리꾼들이 홍어를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홍어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고, 관절염, 골다공증 예방 효과에도 좋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삶이 팍팍할 때는 세상을 잠시 놓아두고 탁 트인 영산강을 내려다보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고 즐겁게 부르던 노래 한 자락 떠올리며 톡 쏘는 홍어에 잘 삶긴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곁들인 삼합에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마시는 여유는 어떨까요?!
나주에는 영산강 맑은 기운과 진한 홍탁 맛으로 삶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영산포 홍어의 거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