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내에서도 목포-무안-신안, 여수-순천-광양에서 시군통합에 대한 건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정부가 생활권·경제권이 인접한 지역을 하나로 묶는 '자치단체 자율통합지원계획'을 발표하고, 그 법적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지원시책을 밝혔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달 25일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대해 특별교부세 50억원 지원 등을 약속하자, 그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통합 논의에 가세하고 있다.행안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자율통합의 핵심은 현행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 3단계 행정체제를 '통합시-읍면동'의 2단계 구조로 단순화하고, 지방에 중앙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 이재태 팀장

이같은 지자체 통합논의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시군 통합결과를 토대로 2014년을 목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60~70개로 통합하려는 정치권과 국회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초 지자체 간의 통합은 행정의 낭비 감소, 이웃 도시간의 화합, 도시 발전 가능성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통합에 따른 문제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도 폐지, 시·군 통합’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까지 어렵게 마련된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초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생활 자치가 가능하도록 근린성과 민주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주민자치의 실현공간이다. 무리한 시·군 통합은 기초 자치를 파괴하는 것이며, 지역정체성은 훼손되고 주민 불편은 가중시키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의도대로 도를 폐지하고 이를 분할해 몇 개의 통합광역시로 쪼갤 경우 기존에 도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재정적, 행정적 역량이 분산되어 약화되는 만큼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로 이전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중앙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며 주시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행정체제 개편이 곧 선거구 개편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행정체제 논의를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에 따른 정치적 이해타산, 정치권의 권력 나눠먹기 또는 권력독점구조에 대한 관심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특히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안부 지침에 의해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통합 후 불만을 가진 지자체에서 법적 근거를 추궁하며 통합 무효를 주장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생활권의 주체인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부의 논의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겉으로는 자율통합이라는 말로 수식하지만 통합시의 명칭이나 시청사의 위치 등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은 숨긴 채 인센티브나 경제 활성화 등 당근만을 내세우는 것은 향후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행정구역 개편은 차분하고 꼼꼼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결정과 본격적 논의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다.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더불어 행정구역 개편은 수도권 중심주의, 지방홀대구조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통합을 넘어서야 하며 그 핵심에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 등 지방분권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재태(나주시 비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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