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퇴하심이
                                                                             논설위원 김노금

코미디 비슷한 국회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것 은 어처구니없음 그리고 분노를 넘어선 묘한 서글픔과  비애감 같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꽤 괜찮아 보이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게서 만큼은 한 점 의혹이 없기를 바랐건만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외의 장관 후보자들에게 무슨 큰 기대를 걸었을까만 백희영 여성부 장관후보의 경우는 정말 아니었다. 논문 사건을 비롯하여 해외 유학씩이나 다녀오신 아들의 병역 판정 의혹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그동안의 후보들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놀랄만한 사건 축에 끼지도 못했다.

▲ 논설위원 김노금

3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대상인 아들이 한 달 만에 공익근무 대상인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신의 아들의 반열에 오른 사실은 다만 의료진의 검진 결과이며 법무행정 원칙에 따라 이뤄졌을 뿐이라니 그렇다 치자.

또 오지랖 넓게 친구 부부의 부동산 증여세 탈루를 도와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결코 법에 어긋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강변에는 능력 있는 사람은 별일도 다 잘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뼈 빠지게 일해도 단칸방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이 땅의 서민들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은 정말 열불 그 자체다. 백희영 장관후보 인사 청문회가 시작이 되면서 이번만큼은 제발 최소한의 자질을 갖춘 인사로 무사히 잘 넘어가 주기를 바랐다.

이것은 순전히 여성이라는 동지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괜히 청문회장에 불려나와 험한 꼴을 또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도 작용했다.

여성, 인권, 양성평등 등의 민주적인 의제들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앞에  백 후보는 여러 가지로 자질 면에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특히 여성 문제에 대한 백 후보의 인식에 많은 여성들이 어이없어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정과 여성, 건강과 영양 등과 관련해 국민 체감 여성 정책을 실현 하겠다”는 대목이다.

참으로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보건복지가족부부 장관이 들었다면 보건복지가족부의 모든 영역을 고민해 주는 백 후보자에게 뭐라 말했을까 싶다.

여성부 신설 10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대한민국 여성의 자존을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장관을 발탁해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좌표를 거시적으로 설정해야 할 때다. 아파 신음하는 여성, 차별의 고통 속에 제도적인 구원 시스템을 간절히 바라는 여성, 열심히 일해도 빈곤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어 절규하는 여성의 권리와 복지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때인 것이다.

하물며 자기 고유 업무 에 이토록 개념파악이 안되고 빈약한 철학으로 그 영역의 한계성조차 모호한 장관 후보임에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도무지 자격이 없는 일꾼을 뽑아놓고 국민들이나 사회단체 조직의 일원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신이 속해 일 할 부처에 대한 일의 영역과 비전, 전문성과 총괄 조정 능력, 그리고 자기 소신과 추진력과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사항은 오늘의 백희영 후보자에게만 요구되는 일이 아니다. 작게는 내 지역사회의 모든 일꾼, 각 여성단체장들 에게도 절실히 적용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대적 식견이나 비전이 부족하면 여론이 끌어 내리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라리 스스로 사퇴하심이 어떠실는지? 이 말은 무엇이 되겠노라고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괜한 탐욕 때문에 나라와 민족에 그리고 조직에 누를 끼치지 마시고............,